감독 레이철 램지 Rachel RAMSAY, 제임스 어스킨 James ERSKINE | France | 2023 | 90min | Documentary | 월드시네마
© Cory Knights
여자아이였던 나는 한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동네 놀이터나 공터에서 축구를 하며 놀곤 했다. 동생이 나와 함께 노는 걸 부끄러워하기 전까지 동네 아이들과 공을 차며 자주 놀았는데, 그러다 남자 고등학생들과 같이 축구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달린 것도 없는’ 내가 축구를 하는 것이 신기하다며 조롱조로 농담을 던졌다. 어린 나는 순간 웃어 넘겼지만, 그 일을 통해 느꼈던 순간의 수치심은 종종 나를 괴롭혔다.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여자들에게 축구를 금지했던 때가 있었다. 의사도, 각종 전문가들도, 영국 축구협회(FA)도 여성들에게 축구를 금했다. 축구는 남성적인 것이고, 여성들의 건강에 좋지 않으며, 여성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코파 1971〉에 나오는 여성 축구선수들은 1971년 멕시코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에 참여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 없이.
1971년 멕시코에서는 덴마크,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멕시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여성 축구선수들이 참가한 월드컵이 열렸다. 물론 그것은 여자 월드컵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 남성-사업가들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일시적 행사에 가까웠고, 당시 언론들은 “축구가 섹시해지다”와 같은 표어를 내걸어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에 집중하며 단지 여성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려고만 했다. 말하자면 축구를 하는 여성은, 혹은 여성이 하는 축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 축구선수들은 커다란 스타디움에서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렐 뿐이었다. 관객들은 그들에게 환호했고 선수들은 많은 관중 앞에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열기를 느꼈다.
〈코파 1971〉은 당시 월드컵에 참가했던 여성 선수들—이제는 노인에 가까워진—을 찾아가 그때를 회고하는 그들의 인터뷰를 담고, 우승국이 가려지기 전까지 여섯 나라의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추적한다. 중간중간 아카이빙 푸티지가 삽입되고, 관객은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1971년 당시 여자 축구에 대한 팬들의 놀라운 열정을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 여성 축구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과 각국의 축구협회로부터 경기 출전과 스타디움 출입 등을 금지당하고, 축구로부터 영영 멀어지게 된다. 국제축구연맹이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축구를 한다는 게 정치적 행동일 수 있을까?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와 정치를 엮지 말라고 말한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선수에게, 유니폼에 LGBTQ를 지지하는 색깔을 넣은 스포츠용품 회사에,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축구협회를 향해 “제발 스포츠는 스포츠로 내버려 두라.”고 한다. 그렇지만 〈코파 1971〉 속 여자 선수들에게 축구는 자연적으로 정치적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이므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하고 싶었고, 여성으로서 축구를 했기 때문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대회에 참가했던 한 여성의 말이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다른 세상을 꿈꾸고 그것을 살아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이 여성들은 그 증거였다. 다큐멘터리 종반부, TV로 중계되는 여자 축구를 보는 이들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 그 웃음이 뜻깊게 느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