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 3세 신숙옥. 도쿄 시부야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젊은 나이에 인재 컨설턴트 회사를 설립해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시민 활동을 시작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당차고 유쾌하며 할 말은 해야만 하는 카리스마 있는 여성. 〈호루몽〉의 주인공을 소개하자면 조금은 숨이 차다. 그가 걸어온 길, 겪어낸 사건, 눈길을 붙드는 성격과 인품은 그 자체로도 영화를 가득 채운다. 호탕하고도 진지한 모습은 그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집중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카메라와 함께 그의 행보를 따르다 보면 재일조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일본 사회의 현재와 그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과 씨름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갈등하고, 연대하면서 살아온 여러 세대 여성의 이야기도 귓가에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