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오〉는 이 영화의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에서 감독이 지원자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그중 한 여성에게 집중하려는 것 같다. 이 여성은 오디션에 응시한 비전문 배우 케이티 코레아Katy Correa이다.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어지는 서사는 케이티가 연기하는 캐릭터 글로리아의 이야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글로리아와 그의 딸 누르(디조에 쿠아디오D’Johé Kouadio)가 겪는 사건들을 보여 준다.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길, 두 개의 사건은 분명히 다른 시점에 일어나지만 동시에 일어나는 것처럼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글로리아가 태어난 기니비사우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장례식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시골에서 열리는 누르의 결혼식이다. 저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수백 명의 친척과 친구 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아프리카에서 글로리아는 스무 살이 넘은 딸을 친척, 지인들에게 소개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머니와 딸이 아프리카 이민자 공동체와 함께 축하 행사를 열고, 다른 인종이나 국적의 하객들이 간간이 합류한다.

 

비선형적으로 진행되는 분리된 두 서사 라인을 번갈아 가며 편집한 알랭 고미스 감독은 줄거리보다는 이 두 세계와 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여성의 시각을 통해 걸러진 일종의 문화적 몰입을 제시한다. 〈다오〉는 수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유하는 사건들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전달한다. 며칠에 걸쳐 이어지는 아프리카 장례식은 특정한 의식, 영적 제의, 춤, 그리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으로 가득하다. 다소 서구화된 분위기를 띠는 프랑스식 결혼식 역시 그 나름의 의례와 관습을 담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는 와중에 글로리아는 친척, 옛 연인,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 재회하며 짧기도 길기도 한 대화를 나눈다. 고미스는 무엇이 각본이고 무엇이 기록인지, 허구와 다큐멘터리의 접점은 어디인지를 판가름할 수 없는 상태로 우리들을 이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펠리시테〉(2017)를 선보였던 알랭 고미스의 세 시간짜리 가족 서사시 〈다오〉는 가족과 정체성, 그리고 귀속에 관한 명상을 제공한다. 고미스는 가족 드라마라는 평범한 틀을 빌려오되 담대한 구조와 형식의 실험을 보여 준다. 모든 것을 관통하며 세계를 하나로 묶는 영속적이고 순환적인 움직임을 뜻하는 제목 ‘다오(道)’는 이 영화의 미학적 마니페스토이다. 이 미학 준칙에 근거하여 고미스는 전통적인 서사체 영화의 도식을 탈피하고 구조와 장소성, 그리고 내러티브 스타일에서 참신한 결과를 도출했다. 당혹감을 줄 수 있는 파편적 구조는 연기를 메타적인 모티프로만 사용하지 않고 수행적인 과정을 통해 선조의 기원을 더듬어 가는 행위로 잇는다. 다중 정체성과 가족 모순, 희비가 교차하는 인생의 굴곡을 따라 어떠한 범주화도 거부하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다오〉는 도전적인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이다. 고미스는 삶이 죽음으로 굽어지고, 프랑스가 기니비사우로 스며들며, 연기가 진실로 화하는 순환을 그린다. 인물들 사이를 잇는 그의 바느질은 촘촘한 질감과 복합적인 관계망을 제시하며 두 세계를 우아하게 교차한다. 축제 같기도 하고 극적이기도 한 만남의 감정적 질감은 어머니와 딸이 가족, 친구들과 재회하는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부드러운 포옹과 춤, 술에 취한 축하, 다툼, 그리고 전통 의상의 생생한 색채가 뒤섞여 살아 있는 경험처럼 느껴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