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Remake
감독 로스 매켈위Ross MCELWEE | United States | 2025 | 117 min | Documentary | 마스터즈Masters
〈리메이크〉를 보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감독이 겪은 삶의 비극과 그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던질 수밖에 없는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함께 마주하는 과정은 때로 고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바다의 깊은 놀라움” 같은 경이로움도 있다.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의 다양한 모습이 건져 올려진다. 1970년대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로스 매켈위는 그 자신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의 중심에 둬왔다. 그의 부모님과 이웃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그가 만든 여러 영화 속에서 생생한 삶의 질감을 직접 전하는 존재들이다. 카메라와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 하며 촬영이라는 행위의 특성을 화면 안에 불러들이고, 살아 숨 쉬는 몸으로 영화와 독특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 내는 이들의 얼굴은 과거의 푸티지가 많이 쓰인 〈리메이크〉에서 우리가 영화의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모습이다. 매켈위의 작품들은 베니스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감독 역시 카메라로 그 주변의 인물들을 촬영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어쩌면 황금기였을지 모를 그 시간은 그러나 세월과 함께 흘러가 버린다.
영화는 매켈위의 아들인 에이드리언의 어린 시절을 보여 주다가, 별안간 아들의 죽음을 전한다. 〈리메이크〉는 27년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이자 거대한 사건 앞에서 과거의 푸티지를 이리저리 들춰보며 써 내려간 힘겨운 독백이다. 감독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푸티지를 배열하지 않는다. 시제가 뒤엉킨 과거의 기록들 앞에서, 그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향해 나선형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 본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 그것도 가족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그의 작업 방식은 그 인물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딸을 입양하는 과정을 담은 〈파라과이에서〉(2008)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이후 아내는 촬영을 거부했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집에서 멀어졌다. 푸티지 속의 천진한 아이들은 이제 현실에 없다.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감독은 미국 남부에 대한 탐구와 그 자신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셔먼의 행진〉(1985)을 픽션으로 리메이크하는 영화 제작자의 제안을 받는다. 〈리메이크〉는 그처럼 감독에게 벌어진 일들을 일인칭 시점으로 전하면서, 동시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아들과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춘다.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카메라와 영화에 이끌렸고, 아버지와 함께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술과 약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고 재활원을 수차례 오갔던 아들. 그가 담긴 영상들을 보며 감독은 담담함과 절망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너를 너무 많이 찍어서 너를 그토록 불안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나 때문에 네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리메이크〉는 카메라의 무게와 그것이 현실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더듬어 보려 애쓴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역설적으로 고통을 짊어지고 다시 사는 일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네가 세상에 없다는 걸,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 아들의 모습이 담긴 푸티지를 품에 안은 남자는 아들을 향한 자신의 시선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과도 더불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리메이크〉는 삶을 재구성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양면성을 그렇게 한 몸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