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시아다〉에 매혹을 느낄 관객들이 탐문하게 되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시간 구조를 설계한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다.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바꾼 서사의 미로는 들쭉날쭉한 오솔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두 파트로 느슨하게 이어지는 플롯은 다소간 혼란스럽다. 첫 번째 파트는 20분간 지속하며 스토리 시간상 현재에 해당한다. 첫 파트에서 청년 키릴은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연인 아이셀의 전시회로 향하는 기차를 놓친다. 키릴을 포함한 일군의 청년들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아이셀 가족의 단란한 저녁 식사에서는 화합의 대화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날카롭게 대립하던 커플의 파국으로 첫 파트가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