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라울 펙 Raoul PECK | United States | 2025 | 119min | Documentary
현대 다큐멘터리의 최대 성취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의 혁명’이라고 칭할 만한 창조적인 서사 형식의 등장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형식의 에세이 영화를 출처로 하는 서사의 혁신을 전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를 최근 접했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칸 프리미어’ 섹션에서 처음 공개된 〈오웰: 2+2=5〉(2025)로, 아이티 출신의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 라울 펙의 신작이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로 대변되는 세계의 모습을 다방면으로 조명한 올해 칸영화제에서 〈오웰: 2+2=5〉는 단연 돋보였다. 일부 평자들은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면서 하나의 개념을 탐구하는 어지러운 서술 방식에 불만을 표했지만, 나는 이 영화가 근래에 나온 어떤 작품보다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걸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라울 펙은 다큐멘터리 서사의 레퍼토리들을 유려하게 활용하여 백인 우월주의의 부패, 인종주의의 역사적 뿌리,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미래의 초상을 다각도로 다루어 온 인물이다. 칼 마르크스, 파트리스 루뭄바, 어니스트 콜, 제임스 볼드윈의 삶을 기록한 라울 펙의 다큐멘터리는 일기와 편지, 기록 영상, 영화 클립 등 1차 자료를 활용하여 저항적인 정치적 성향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자본주의와 파시즘은 펙의 또 다른 주제 중 하나였는데, 〈오웰: 2+2=5〉는 이러한 경향을 잇는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모체로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평범한 미래 사회의 시민이다. 스미스는 전체주의 정부의 변덕에 따라 역사를 다시 쓰는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은밀하게 체제를 향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그는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잔혹한 재교육을 받게 되는데 모진 고문의 와중에 “2+2=5”라는 절대 거짓의 등식에 동조하게 된다. 〈오웰: 2+2=5〉라는 제목은 오웰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수학적 오류에서 따온 것이지만, 인간이 거짓말을 진실로 믿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파시즘을 비판한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영화 〈오웰: 2+2=5〉는 약 두 시간 분량의 러닝타임 안에 방대한 스토리를 아우르고 있다. 작가의 편지, 에세이, 소설을 매개로 전 지구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파시즘의 부상을 현란한 스타일로 그려낸다. 펙은 놀라운 비선형성으로 부를 만한 자유분방한 플롯 안에서 기념비적인 디스토피아 소설과 당대의 세계 정세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영화는 미세한 애벌레가 스크린 위를 가로지르는 것 같은 추상적 크레디트 이미지로 시작한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우리의 행성에는 사악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할 것이다. “자유는 노예다.” “전쟁은 평화다.” “무지가 힘이다.”라는 오웰의 명제를 표제어로 한 챕터 세 개로 구성된 플롯은 부패한 권위주의 지도자가 얼마나 쉽게 이러한 모순 어법을 악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생각 없는 대중이 얼마나 쉽게 거짓에 동조할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조지 오웰은 지금 시대를 탐구하는 데 있어 완벽한 대리자로서 등장한다. 이라크, 튀니지, 수단, 시리아, 필리핀, 미얀마,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를 물들인 폭력의 신랄함, 푸틴의 광기와 트럼프의 허세는 오웰의 사유 안에서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1984』뿐만 아니라 오웰의 더 광범위한 전기와 그가 생전에 편지 형태로 남긴 성찰을 사용하여 펙은 제국을 위해 폭력을 행사했던 사람이 제국의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본질을 인정하게 되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양식의 혁신을 통해 그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속사포 같은 이미지의 행렬 안에서 그렇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패턴과 연관성을 찾도록 영감을 준다. 조지 오웰의 초보 독자라도 영화를 보고 나면, 사후 75년이 지난 이 작가의 사상이 그 어느 때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0세기의 특정 시점에서, 『동물농장』이나 『1984』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은 불안을 조장하고 경고하는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2025년의 시점에서는 논픽션처럼 읽힌다. 2003년 이라크 바스라 전투 이후 폐허로 변한 거리를 보여주는 뉴스 영상이나 2023년 가자 지구에서 아이의 시신을 두고 애도하는 한 남자의 고통을 포착한 영상 위로 배우 데이미언 루이스의 영적인 목소리가 떠다닌다. “전체주의에 타락하기 위해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 필요는 없다”와 같은 오웰 특유의 관찰력 있는 문장을 루이스가 암송하는 순간, 조지 W. 부시가 이라크에 전쟁을 선포하는 영상이 스쳐 가는 식이다. 그 순간 관객은 오늘 오웰이 이 이야기를 구상한 것처럼 강렬한 반향 효과를 체험하게 된다.
라울 펙의 섬세한 이미지 세공술은 여기서 단어와 이미지를 연결하는 데 능숙함을 보여준다. 그의 사고는 정교하지만 추상적이지 않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다루며, 여기에는 오웰의 스미스가 양심을 저버리는 순간에 대한 다양한 재현 영상들도 포함되어 있다. 〈오웰: 2+2=5〉는 전능한 빅 브라더로 의인화된 정부가 시민들에게 거짓을 강요하고 거짓 적을 만들어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미래 사회를 모습이 오늘날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다양한 병치와 현란한 몽타주 구성을 통해 이 영화는 조지 오웰이 지적했고, 라울 펙이 계승한, 파시즘 권력이 자행하는 조직적인 거짓말과 객관적 진실에 대한 불신의 위험성을 긴급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나는 이보다 더 대담한 정치 다큐멘터리를 최근에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