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대하여 About the Clouds
감독 마리아 아파리시오 | Argentina | 2022 | 144min | 국제경쟁
〈구름에 대하여〉는 구름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한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여러 사람의 모습을 1.37:1 화면비의 흑백 화면에 담는다. 등장인물 수가 그리 적지 않고 러닝타임 또한 긴 편이지만, 영화는 소란스러워지거나 산만해지지 않는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에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화는 그렇게 고요히 흐른다. 그렇다고 〈구름에 대하여〉가 그 모든 것들을 마냥 내버려둔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신비로운 리듬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 사물과 장소 같은 영화 속 요소들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구름의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도 멀리서 보면 결국 고유한 그림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사이에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슬프고, 즐거운 순간들이 빗방울처럼 스민다. 〈구름에 대하여〉는 보는 도중엔 쉽사리 눈치채기 어렵지만, 다 보고 나면 그 빗방울들에 어깨가 흠뻑 젖는 영화다.
이 영화엔 중심 줄거리가 없다. 다만 인물들의 일상이 하나씩 나열될 뿐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진 짧은 문답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에게 그들의 일에 관해 묻는다. 답하는 이는 총 네 명. 라미로는 술집에서 일하는 요리사고, 노라는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루시아는 서점 직원이다. 에르난은 컴퓨터 기술자인데 지금은 실직 상태다. 이들의 일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에르난은 딸 파울리를 깨워 함께 식사하고, 딸이 학교에 간 동안엔 구직 준비를 한다. 라미로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빵을 굽고 요리하며, 다시 자전거로 퇴근한다. 노라는 근무가 끝나면 조용히 귀가해서 조용히 식사하고 낮잠을 청하는데, 그의 남편과 생활 리듬이 다르기 때문이다. 루시아는 서점에서 일하지 않을 땐 개와 산책한다. 이들은 모두 같은 도시에 산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듣고 감지하는 건 각각의 세세한 사연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의 삶이다.
여느 일상이 그렇듯, 〈구름에 대하여〉 속 인물들의 일상도 크고 작은 변화를 포함한다. 노라는 퇴근길에 거리에서 전단을 받고 아마추어 연극 워크숍에 참여한다. 루시아는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라미로가 퇴근길에 건너편에서 바라만 보던 가판대에 들르기 시작하는 것도, 에르난과 파울리가 식당에서 손전등을 파는 남자를 만나 친구가 되는 것도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소소한 변화의 순간들일 것이다. 이 순간들은 우리에게 인물의 새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미소 띤 얼굴들, 활짝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얼굴들이 반짝인다. 물론 그러한 변화들이 인물들의 삶의 궤도까지 바꿔놓지는 않는다. 이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은 곳에서 일하고 같은 곳을 걸어 다니며 삶을 지속할 것이다. 그렇게 지속되는 삶에는 여전히 구직의 어려움이나 오랜 외로움 같은 것들이 달라붙어 있다. 조금씩 변화하며 반복되는 이들의 일상은 우리 삶이 언제나 좋은 일과 나쁜 일,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포함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구름에 대하여〉는 고독한 사람들의 영화다. 혼자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 외로워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먼저 친한 척하지 못하는 사람들, 도시의 슬픔과 함께 걷는 사람들.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건 글과 노래다. 노라가 연습하며 읽는 대본, 루시아의 서점에서 직원들이 낭독하는 글귀, 라미로가 길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노래 같은 것들이 인물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적신다. 이러한 마주침은 때때로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영화는 그러한 마법이 사소하고 평범하며 때로는 초라하기도 한 현실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여기에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