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프랑스 평론가 세르주 다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1982)에 나오는 외계인 주인공, 이티의 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티의 눈을 보고 울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쿨리는 울지 않는다〉의 작은 동물 쿨리는 주변에서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를 고요히 관찰할 뿐 울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같은 절제는 이 영화의 형식, 더 정확히 말해 감정적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단편으로 각종 상을 수상해 온 베트남 감독 팜응옥란은 이 장편 데뷔작을 통해 인간의 삶, 죽음, 결혼, 사랑, 또는 사랑의 부재, 그리고 외로움과 같은 중요한 순간들을 탐구한다. 그는 이야기들을 비선형적으로 배열하며,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대신 나날의 흘러가는 삶을 카메라로 미묘하고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영화의 중심 주제는 가족이다. 그리고 주인공 가족들의 삶은 정해진 운명이 예비한 연속성을 따르는 듯 보인다. 하나의 결혼이 끝나고, 다른 결혼이 시작된다. 하나의 삶이 시작되지만, 다른 삶은 끝이 난다. 과거와 과거의 기억 속에 사는 이가 있는 한편,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에 사는 이들이 있다.

 

영화는 한밤중 베트남의 자기 집에 도착한 응우옌(민쩌우)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응우옌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남편의 유골을 가지러 독일에 다녀온 참이다. 그런데 그가 받아온 것은 유골함만이 아니다. 전남편이 남긴 피그미늘보로리스(베트남 정글 지대에 서식하는 영장류 동물)도 있는데, 이름은 쿨리다. 응우옌은 베트남으로 돌아와 조카 반을 다시 만난다. 반은 임신으로 인해 오래 사귄 남자친구 꽝과의 결혼을 서둘러 준비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감독은 독창적이면서도 내러티브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여러 형식적 요소들을 채택한다. 흑백의 이미지는 내러티브에 시간적 모호성을 더한다. 또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인물들이 살아가고 불행을 맞닥뜨리는 도시와 사적 장소들을 그들 삶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다시 찾을 수 없는 과거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미래는 이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듯하다. 이 속에서 숏의 길이에 따라 결정되는 내레이션의 속도와 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가 외부 요소나 서사적 트릭에 기대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며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들의 평범한 삶으로부터 한 편의 특색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젊은 감독 팜응옥란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녹여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 영화 요소들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기술적 역량을 증명했으며, 작중 인물들을 향한 깊은 공감과 경의의 뜻을 드러냈다. 〈쿨리는 울지 않는다〉는 앞으로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자신만의 확고한 비전을 지닌 새로운 장편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