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얀트 소말카르 Jayant SOMALKAR | India | 2023 | 104min | Fiction | 월드시네마
자얀트 소말카르의 장편 데뷔작 〈완벽한 상대〉는 인도의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비타(난디니 칙테)는 지적 열망으로 가득하다. 친구들과 시장에 가서도 장신구 대신 책을 고르는 그는 곧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직업을 갖는다는 건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을 얻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중매를 통한 결혼이 여성의 거의 유일한 미래로 여겨지는 사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완벽한 상대〉의 배경인 인도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는 딸들을 시집보내는 게 집안의 가장 중요한 과업인 것처럼 보인다. 이곳의 중매는 조금 독특한데, 신부를 찾는 남자의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까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자의 집에 방문해 이것저것 묻고 평가한 뒤 혼인 여부를 결정한다. 중매라고는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간택당하길 기다리는 거나 다름없다. 어머니의 혈통, 학업, 키 등 남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미묘한 방식으로 모욕과 수치를 안긴다.
사비타도 이미 몇 차례 중매 절차를 거쳤으나 결혼은 번번이 무산됐다. 영화 도입부에서 그의 집을 찾은 남자들은 사비타의 피부가 검고, 키가 너무 작다며 고개를 젓는다. 결혼이 미뤄질수록 그의 부모는 애가 탄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비타의 유일한 관심사는 공부와 시험이다. 그런 그에게 자극을 주는 건 ‘여성의 권익 증진’에 대해 강의하는 학교 강사다.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퇴행적 제도와 의식을 근절해야 여성이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 사비타가 단지 그 내용에만 반응하는 건 아닌 듯하다. 수시로 눈길을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오간다. 주변에서도 다 알아챌 정도여서, 사비타의 오빠는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건지 연애하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댄다. 하지만 그러한 끌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완벽한 상대〉는 숨 막히는 중매결혼 뒤에 일렁이는 청춘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는다. 사비타의 오빠는 남몰래 연애 중이고, 사비타의 친구도 동네 청년과 비밀스러운 눈짓을 주고받는다.
얼핏 억압적 상황을 강조하며 주인공의 고난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조로운 구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완벽한 상대〉는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 감독의 고향 마을에서 촬영된 영화는 비전문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주된 사건만큼이나 마을의 일상적인 풍경에도 집중한다. 농장에서 일하고 집에서 살림하는 가족의 손길, 골목과 도로를 오가는 청년들의 얼굴, 결혼식처럼 큰 마을 행사에 참석한 다양한 이웃들의 모습 등 영화가 보여주는 풍경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 어딘가에서 정말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감상을 안긴다. 그 풍경을 마냥 낭만적이거나 연민해야 할 모습으로 대상화해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 〈완벽한 상대〉의 미덕이다. 지역의 생생한 모습과 비전문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가 이 세계를 풍성하게 채운다.
영화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경제적 격차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짚는다. 번듯한 직업이 없다면 남성들에게도 결혼은 요원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싹튼 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한편 여성은 예비 신랑의 마음에 들어도 충분한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혼할 수 없다. 경제적 격차가 중대한 차이로 여겨지고, 여전히 가부장제의 영향 아래 놓인 사회에서 여성은 원하는 대로 결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중, 삼중의 벽에 부딪힌다. 〈완벽한 상대〉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에 집중하면서 그러한 사회적 구조를 자연스레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낙담과 절망의 정서를 전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비타의 얼굴에는 종종 실망의 그늘이 드리우지만, 중요한 대목에서 그가 보여주는 결연하고 단단한 표정은 사비타가 만들어 나갈 눈부신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영화는 그렇게 여성의 삶을 응원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