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리텐〉의 학생들은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주의 깊은 관객이라면 반 아이들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남다름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들의 이름이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몇몇 학생들은 2학년이면 충분히 알 법도 한 단어나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 못하며 언어에 서투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1세계에 사는 보통의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전쟁에 관해 경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아이들은 바로 이민자 혹은 난민으로 빈에 온 아이들인 것이다.

 

빈은 전쟁 후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그중에서도 10구역은 특히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여러 국적과 언어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파보리텐〉은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촬영된 이 작품은 아이들이 학년을 올라가며 겪는 변화,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 학교생활에서의 다양한 경험 등을 포착한다. 또한 이 작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들과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도 함께 담아낸다. 교사들 중에도 백인이 아니거나 히잡을 쓴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다큐멘터리가 집중 조명하는 반의 교사 역시 튀르키예 출신이다. 이 교사와 함께 아이들은 언어적인 장벽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며 여느 평범한 아이들처럼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종종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여자는 수영복을 입으면 안 된다는 학생에게 무얼 입을지는 여성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본국에서 아이들의 납치 사건을 겪거나 전해 듣고 이를 두려워하는 학부모가 아이에게 건넨 말에 대해 “빈에서는 그런 일을 겪을 일이 없다.”고 아이를 설득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들이 생기는 것이다. 〈파보리텐〉에서 선생님은 이러한 교육적 도전에 때로는 성공하지만, 때로는 실패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기도 한다.

 

제도적인 교육은 “정상적인” 혹은 익숙한 대상으로서의 학생이나 아이들을 상정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점점 이민이 늘고 문화가 섞이면서 무엇이 응당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관념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보편적인 문화나 가정 환경을 상정한 채로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그들에게 맞는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은 각자의 배움과 성장에 있어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을 보여준다. 이들은 제도가 상정하고 있었던 교육 대상의 정상성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문화나 가정 환경에서 배운 가치관을 교실 안으로 어느 정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가 교육 시스템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인정받을지는 불확실하다. 〈파보리텐〉은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분투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함께 웃고 춤을 추는 교사와 아이 들의 모습을 비추며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상상해 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