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탐가밍Patrick TAM | Hong Kong | 1981 | 93 min | Fiction | 홍콩귀환: 시네마 + 아방가르드Back to Hong Kong: Cinema + Avant-garde
뉴웨이브는 앞선 것을 부정하며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무협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며 등장한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들은 무협과 쿵후를 비롯해 코미디, 호러, 로맨스 등 그간의 홍콩 영화를 만들어 온 장르들을 조금씩 비틀어 나간다. 기존의 스튜디오 관행이 조금씩 무너지던 가운데 제작된, 홍콩 반환이 본격화되던 시기의 영화들은 직간접적으로 그 상황을 반영한다. 히트할 수 있는 장르의 선택과 홍콩이라는 땅의 불안정한 지정학, 서극과 허안화를 필두로 한 뉴웨이브가 이 시기 등장했고, 탐가밍도 그중 하나다.
무협으로 데뷔한 탐가밍은 두 번째 장편인 〈애살〉에서 장르적 실험을 감행한다. 광활한 사막에서 시작한 영화는 이별 후 자살을 시도한 조이, 그러한 친구를 돕기 위해 그의 친오빠 충을 샌프란시스코로 부르는 아이비와 루이, 복잡한 구도의 로맨스에서 시작한 영화는 조이와 충 남매의 유전적 정신 질환을 통해 심리 스릴러를 경유했다가 대학살극이 벌어지는 슬래셔로 마무리된다. 복원판으로 더욱 선명해진 청색과 적색의 대비, 어딘가 안토니오니의 냉혹한 시선을 연상시키는 순간들은 장르 전환의 순간들과 결합해 홍콩 뉴웨이브의 익숙한 허무주의를 그려 낸다.
여기서 그의 장르 결합은 강렬한 불협화음을 동반한다. 슬래셔의 문법을 따르는 듯하지만 할리우드의 장르 규칙은 빈번히 어겨진다. 대만과 홍콩의 로맨스 영화로 스타가 된 임청하를 복잡한 다각 관계의 로맨스와 심리 스릴러로 밀어 넣는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다. 홍콩 땅을 벗어난 탐가밍은 타국의 풍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홍콩과 다른 방식의 건물들,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마크 로스코와 마그리트의 회화, 수영장 딸린 저택, 유학생들이 살아가는 기숙사······. 새하얗게 칠해진 건물들은 원색에 가까운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고독과 우울, 애정과 폭력의 순간을 두드러지게 한다.
탐가밍의 영화 속 인물들은 홍콩을 벗어나고자 하거나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열화청춘〉의 청춘들은 무기력한 홍콩을 벗어나고파 하지만 해변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살수호접몽〉에서 밀입국과 결부된 범죄는 한 커플을 홍콩 안과 밖으로 갈라놓는다.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 속 단편 〈밤은 부드러워라〉 또한 홍콩을 떠나는 여자와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이별을 담아낸다. 그의 이후 영화들과 함께 두고 보았을 때, 〈애살〉은 그들과 반대되는 구도를 택한다. 홍콩을 떠난 여성들을 살해하는 홍콩에서 온 남자. 전반부의 심리 스릴러가 홍콩 바깥도 홍콩과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면, 후반부의 슬래셔는 그럼에도 외부를 택한 이들을 향한다.
슬래셔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 안에서 계속되는 갈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일종의 현대판 신화1라고 설명한 영화 연구자 베라 디카Vera Dika는, 그러한 영화를 ‘스토커 영화’로 정의했다. 샌프란시스코를 홍콩이란 현실과 유리된 초현실적 세계처럼 카메라에 담아낸 탐가밍은 충이라는 스토커를 그 세계에 침범시킨다. 홍콩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홍콩 뉴웨이브 작가들 앞에 등장한 질문을, 〈애살〉은 그 외부를 경유하여 탐구한다. 샌프란시스코라는 외부의 땅과 슬래셔라는 외부의 장르, 외화면에서 흉기를 들고 접근하는 슬래셔의 스토커 살인마처럼, 탐가밍은 홍콩을 외화면에 둔 채 홍콩을 이야기해 보길 실험한다.
- “The Stalker Film, 1978–81” in American Horrors, ed. Gregory Waller (Urbana: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1987), 86–1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