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퍼〉는 암으로 엄마를 잃고 혼자된 12살 여자아이 조지와 10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아빠 제이슨의 성장 드라마다. 감독 샬롯 리건은 익숙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한다. 아이는 독립적이고 조숙하며, 아빠는 무책임하고 미성숙하다. 상극인 둘은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밀어내지만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공감대를 찾고 가족이 되어간다. 조지는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에다가 때때로 무모해 보일 정도로 용감하다. 홀로 남은 조지는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아 사회복지사와 주변 어른들에게 삼촌과 함께 산다고 거짓말을 한다. 조지는 자신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집을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식료품을 채워놓는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친구 알리와 함께 자전거를 훔쳐 팔아 치운다. 둘은 걸리지 않게 부품을 새롭게 조립하고 도색하는 작업을 한다. 알리는 이 모든 진실을 알고 조지를 돕는 유일한 친구다. 조지는 알리에게 자신이 애도 3단계에 있다고 똑부러지게 말할 만큼 슬픔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조지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골목으로 나와 즐거웠던 한때를 촬영한 엄마의 영상을 본다.

 

아무리 조지가 자기 스스로를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해도, 당연하게도 아이는 취약하고 돌봐줄 어른이 필요하다. 조지가 어른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던 건 어른들이 충분히 주의 깊게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주변의 어른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안부를 묻거나 겉핥기식 질문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런던 복지 시스템의 허점과 관료주의 혹은 공동체성의 상실 때문일 수 있다. 영화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기보다는 코믹하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며 판타지의 세계로 도피한다. 영화는 사회복지사, 학교 선생님들, 같은 학교 학생들, 훔친 자전거를 거래하는 이웃 청년의 양식화된 인터뷰를 중간에 삽입한다. 그들은 조지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한다. 특히 사회복지사와 교사들이 주는 정보는 틀린 것이 많다. 그렇기에 이 인터뷰들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조지의 상황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통렬한 사회적 비판보다는 조지라는 아이의 흥미로운 상상력과 애도의 과정을 아기자기한 매체적 표현을 통해 시각화하는 것에 있다.

 

동일 모양으로 줄지어 있는 공공주택들은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 등의 파스텔 색상으로 칠해져 있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 조지가 잠가둔 비밀의 방의 벽에는 하늘색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그려져 있다. 그 환상적 공간에서 조지의 상상의 세계는 시도 때도 없이 틈입해 관객들을 그녀의 세계로 초청한다. 조지와 알리의 대화는 픽셀 아트로 그려진 레트로 비디오게임 같은 프레임 안에 거미가 만들어내는 말풍선으로 구현되고 배경음으로 게임 사운드가 깔린다. 리건 감독은 아이의 세계를 독특하면서도 향수 어린 안정감 있는 곳으로 구현하기 위해 수퍼 16미리를 사용하고 4:3의 프레임에 슬라이드를 넘기는 방식으로 화면 전환을 하며 틸트-시프팅 렌즈로 터널 비전을 만든다. 조지는 감정적으로나 생존에 있어서나 파국의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자기 마음과 현실과 거리를 두며 상상에 집중한다. 감독은 아이의 이러한 도피주의적 성향을 판단하고 교정하기보다는 생존의 역량으로 격려한다.

 

10년 만에 혼자된 딸을 돌보기 위해서 돌아온 제이슨 역시 문제 해결에 있어 어른스럽기보다는 아이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조지를 돌본다. 제이슨은 조지와 함께 자전거를 훔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금속 탐지기를 갖고 들판에서 동전과 금붙이를 찾는가 하면 버려진 건축물에서 춤을 추며 논다. 그의 이러한 미성숙함은 조지를 위로한다. 제이슨은 그러한 마음으로 조지의 비밀의 방을 열 수 있게 된다. 조지는 죽은 엄마에게 닿기를 소망하며 비밀의 방에 자전거에서 떼어낸 고철 더미로 탑을 세운다. 그 방에서 제이슨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조지의 절절한 마음을 목격한다. 조지가 그 방을 보여주길 거부해도 문을 열어 그 마음을 봐주고 돌봐주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