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혐오, 혹은 선과 악 사이에서 배회하는 욕망의 그림자라고나 할까. 설명하기 힘든, 혹은 설명을 거부하는 기괴한 성장영화이자 로맨스영화라는 점에서 〈블루 벨벳〉은 현대 영화사에 있어 가장 논쟁적인 작품 중 하나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관객들도 있었고,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가 ‘역겨운 영화’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렬한 비주얼과 사운드트랙으로 마치 인간 내면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이후 TV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의 크리에이터로서 세계관을 확장함은 물론 칸영화제에서 〈광란의 사랑〉(1990)과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로 각각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 데이비드 린치 월드의 원형이라는 데는 달리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일상의 악몽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것 같은 놀라운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로 충격을 안겨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마찬가지로 사람들 저마다의 어두운 본성과 대화하는 것 같은 〈엘리펀트맨 The Elephant Man〉(1980)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을 영화화한 대작 〈사구 Dune〉(1984)로 상업적 실패를 경험한 그는, 〈블루 벨벳〉을 통해 데뷔작을 만들 때처럼 직접 각본을 쓴 소규모 인디영화로 돌아왔다.

 

잘린 귀, 잠재의식으로 들어가는 입구

고향을 찾은 제프리는 산책을 하던 중 사람의 잘린 귀를 발견한다. 제프리는 이를 윌리엄스 형사에게 신고하지만 도리어 더 이상 사건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얘기만 듣는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딸 샌디로부터 매력적인 밤무대 가수 도로시가 이 사건에 연관된 것을 알게 된다. 제프리는 호기심으로 도로시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지만 곧 들키고 만다. 그러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남자 프랭크가 들이닥쳐 옷장에 숨게 되고, 이내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된다. 프랭크가 도로시의 남편과 아들까지 납치해 그를 미끼 삼아 도로시에게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넘어, 충격적으로 마치 그에 적응한 것처럼 마조히스트가 된 도로시를 보게 된 것이다.

 

〈이레이저 헤드〉와 〈엘리펀트 맨〉을 흑백으로 작업했던 데이비드 린치는 〈블루 벨벳〉을 오히려 이질감을 강화시키는 것 같은 컬러영화로 만들었다. 하지만 잘린 귀를 발견한 순간부터 영화는 화사한 색채감을 걷어내고 살인과 변태, 그리고 내내 성적인 긴장감이 감도는 이중성의 미로로 안내한다. 얼핏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추리소설 구조를 띠고 있지만 데이비드 린치의 관심사는 결국 존재의 이면이다. 겉으로는 아름답거나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환경 뒤의 충격적 비밀을 마주하는 주인공의 당혹감은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결국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 더 나아가 인간 잠재 의식의 표피를 벗겨내는 여정이다.

 

시대를 초월한 걸작

프랭크가 제프리에게 “넌 나와 닮았어”라고 얘기할 때의 공포와 혐오스러움은 개봉한 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의미심장하며, 제프리와 샌디가 각각 영화 속 사건의 시작과 끝에서 대구처럼 “이상한 세상이야”라고 얘기할 때의 염세적인 서늘함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프랭크가 따라 부르던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를 들으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상한 세상이야”라고 읊조리게 된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과 선한 믿음 모두 포용하며 시대를 초월한 데이비드 린치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