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The Visitor
감독 비타우타스 카트쿠스Vytautas KATKUS | Lithuania, Norway, Sweden | 2025 | 114 min | Fiction | 국제 경쟁International Competition
영화가 가장 자주 반복하는 행위가 있다면 바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일 것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그것이 일상에서 제일 빈번하게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일 테며, 어떤 점에서는 삶의 전부라고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이고도 궁극적인 활동이라서일 테다. 그래서 만남과 헤어짐은 간단한 만큼 몹시 무겁기도 하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젊은 감독 비타우타스 카트쿠스가 연출한 첫 장편영화 〈방문자〉는 이러한 원초적 제스처들로 이뤄져 있다. 인물은 또 다른 인물을 만나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진다. 여기에는 활기찰 때조차 타성적인 이 행위가 지니는 쓸쓸함이 웅크리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가정을 꾸린 다니엘리우스는 모종의 이유로 고향 집을 팔기 위해 혼자 리투아니아에 방문한다. 무료하고도 여유로운 늦여름의 태양 아래서 그는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과 안부를 나누고, 집을 보러 온 이들을 안내하고,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해변가에서 휴식을 취한다. 영화는 2019년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바 있는 감독의 단편영화 〈공동 정원Community Gardens〉을 이루던 주된 분위기와도 닮았다. 배경에는 숲이나 바다와 같은 온화한 자연이 자리하고,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에서 말수가 적은 남자가 홀로 무언가에 감응한다. 어딘가 상실의 징후가 은밀하게 예감되는 것도 큰 공통점이다.
해당 단편에서 범연한 부자지간을 묘사했던 비타우타스 카트쿠스는 이번 영화에서는 부모가 없는 대신 스스로 부모가 된 남성의 발길을 따라간다. 그는 잠을 자다가도 무서워 아기가 제대로 숨을 쉬는지 확인한다고 말할 만큼, 가족이 되는 일이란 행복에 비례하는 불안을 키우는 일임을 몸소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러나 영화는 어른 됨의 생애 주기에서 겪는 고독에 착목하기보다는 삶에서 반드시 요청되는 ‘이사’의 시간을 수용하자는 자세를 취하는 편이다. 짐을 싸는 인물을 보여 주며 시작한 영화는 집을 비우고 정리하며 끝내 작별하는 데로 나아간다. 이때 작별은 물리적으로 과거의 집과 헤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단일한 세계와의 결별이기도 하다. 특히 〈방문자〉에서 그 세계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면서도 우리에게는 한없이 무심한, 광막한 기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방문자〉는 주인과 이방인 사이의 감각을 버텨 내면서, 곧 그곳을 떠날 이가 앞으로는 기억으로만 떠올리고 말—어쩌면 다시는 마주치지 못할—햇빛을 비롯해 바람, 구름, 비 등 순환하는 대기의 안무를 오래도록 붙잡는다.
단편과 장편을 오가며 여러 영화에서 촬영 감독으로도 활약해 온 비타우타스 카트쿠스는—그는 2024년 로카르노영화제의 황금표범상 수상작인 사울레 블리우바이테Saulė Bliuvaitė 감독의 〈톡식Toxic〉에서 촬영을 담당하기도 했다—이번 영화에서도 각본, 연출, 촬영을 전부 맡았다. 특히 16mm 필름을 통해 노을 지는 창밖이나 우거진 수풀에서의 산책 등의 풍경을 아늑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다니엘리우스의 여정은 내면의 쟁투보다는 나른한 휴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고향의 ‘방문자’인 그에게 그곳은 친근하면서도 적응되지 않는 모순을 지닌 장소인지라, 이 여정을 휴가라고 일컫는 게 영 틀린 진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삶 또한 그저 휴가’라는 식의 상투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방문자〉가 남기는 것은, 우리가 늘 그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 매번 여정을 마친 후에야 그걸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