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아이 고If I Go Will They Miss Me
감독 월터 톰프슨에르난데스Walter THOMPSON-HERNÁNDEZ | United States | 2026 | 92 min | Fiction | 국제 경쟁International Competition
파도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창공을 가로지르며 날고 있다. 한 소년이 바닷가에서 온몸으로 햇빛을 받아 내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프 아이 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열두 살 소년 릴 앤트와 그의 가족 서사를 담고 있는 인상적인 드라마이다. 영화는 복역 중이었던 아버지 빅 앤트가 출소하면서 가족이 관통하는 불협화음의 시공간을 리얼리즘적 시선에 기반하여 기록한다. 릴 앤트는 아버지의 부재를 그리스 신화와 광활한 하늘로 대체하며 시간을 보냈다. 상상 속에서 소년은 자신을 페가수스로, 아버지 빅 앤트를 포세이돈으로, 그리고 어머니 로지타는 메두사로 신화화한다. 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와츠는 1960년대에는 대규모 흑인 폭동이 일어난 지역으로, 비행기의 이동 경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릴 앤트는 친구와 비행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한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그에게 허락된 것은 한 편의 신화와 끝없이 펼쳐진 아득한 하늘이었다. 소년은 신화를 믿으면서 성장했다.
소년은 페가수스 신화를 현실과 연결하려 하고 빅 앤트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다. 때때로 환영을 보고 그림을 즐겨 그리는 아들의 모습에서 빅 앤트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본다. 그는 자신과 닮은 아들을 보면서 자신이 물려주게 될 유산이 비단 부재뿐 아니라 그동안 겪어 온 삶의 고단함마저 포함할까 봐 두려워한다. 아들이 그린 그림과 손수 만든 날개를 부수며 그는 아들의 믿어 온 꿈, 신화, 관계를 파손한다. 영화는 비행기의 이동 장면과 사운드를 반복적으로 프레임 안으로 틈입시키면서 릴 앤트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 모두 가변적 여정 속에 있음을 드러낸다. 하늘의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 경계 밖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제자리로 복귀하고 있는 것일까.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빅 앤트의 출소로 평온해질 줄만 알았던 가족 관계가 흐트러지는 과정을 비행기의 여정과 병치하면서 가족의 일시적 봉합과 또 다른 해체를 그린다.
영화는 소년 릴 앤트가 실현코자 하는 신화적 이미지가 기대고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릴 앤트 가족이 속한 흑인 공동체를 재현하는 사회적 리얼리즘의 두 영역을 오가며 전개된다. 페가수스를 꿈꾸는 소년은 아버지가 신화 속 포세이돈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202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프 아이 고〉는 실제로 어린 시절 LAX 비행경로 아래서 성장한 감독의 유년 시절 기억이 반영된 자전적 영화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비행기의 사운드와 움직임의 주도 아래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시간과, 각 시간의 속도와 간격이 만드는 긴장감을 능숙하게 배치한다. 아버지와 떨어져 지냈던 시간과 그 시간을 회복하려는 몸짓들의 속도와 간격, 그리고 불안정한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로 성장해 나가는 한 소년. 영화가 견지하는 숏의 지속 시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독은 한 흑인 가족의 초상을 단지 불행한 것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오히려 목가적으로 그려 낸다. 이러한 느리면서도 서정적인 시선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제이컵 로런스Jacob Lawrence의 회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빅 앤트는 위기 상황에서 가족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빅 앤트와 릴 앤트, 두 부자의 내레이션이 잇달아 배치되는 엔딩 시퀀스에서 마술적 리얼리즘과 사회적 리얼리즘은 하나로 합쳐진다. 그곳은 신화와 현실이 구분 없이 어우러진 곳이며, 위태로울지언정 서로를 조금 더 포용하게 된 한 가족이 존재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