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 +1 REVOLUTION+1
감독 아다치 마사오 | Japan | 2022 | 75min | 마스터즈
2022년 7월 8일 일본 아베 전 총리가 암살됐다. 범인은 41세 남자, 범행 수단은 직접 만든 사제총이고, 범행 동기는 광신도 어머니가 속한 종교 단체에 대한 원한이었다. 작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실제 사건이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보다. 영화는 실제 아베 전 총리의 암살 현장 푸티지에서, 범인이 총을 쏘고 잡히는 장면에 이어 감옥에 수감 중인 범인의 독백으로 출발한다. 마치 한 편의 모노드라마 연극처럼, 영화는 아베 암살 사건의 범인을 주인공으로 세워 그의 목소리로 그의 인생을 풀어낸다. 대학 시절부터 도박을 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자살, 종교 단체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 어머니, 어릴 때 암 수술로 시력을 잃은 형, 늘 배고프고 가난하고 그래서 왕따였던 불우한 성장 배경을 범인은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범인의 목소리로 범인 자신의 삶을 이야기함에도 영화는 범인의 내면을 이해하거나 그에게 동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그를 관망하게 한다. 실상 그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이야기투르기’고 영화는 철저하게 알려진 이야기의 표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해 자신과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고 마침내 스스로를 부정해 이를 사회에 표출 혹은 복수하는 이야기는 이제는 범죄 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반영웅 캐릭터 서사다. 실화를 극화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다치 마사오 감독을 이해해야 한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1970년대 초에 이미 살인범을 다루며 범인의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평론가 마츠다 마사오와 함께 당시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 나가야마 노리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약칭 연속사살마>(1975)를 만든 그는 일본 사회에서 테러는 빈부 격차, 지역 격차, 공동체 및 가족 붕괴, 획일화와 왕따, 컬트적 종교 활동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사안이지만, 대중 매체와 영화는 테러범의 개인 서사로 축소하고 전형화해 마치 액션 영화처럼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명 ‘풍경영화’를 만들었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테러범의 이야기를 서사화하거나 소비하기보다는 그가 거주하고 경험한 일본 사회의 획일화된 공간을 ‘풍경’으로 담아 일본 사회의 다층적 모습을 풀어낸다. 그리고 50년이 지나 감독은 일본 사회에서 반복된 테러를 역으로 그 전형성을 빌어 감독 특유의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시대 정신을 담는다. 영화는 암살자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형적인 범인 서사로 단순하고 간명하게 풀어내면서,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묘한 당사자성을 드러내고 있다. 연민, 동정, 신파와는 무관하게 드러난 사실만을 간명하게 담은 〈레볼루션 +1〉은 그런 의미에서 〈약칭 연속사살마〉의 데칼코마니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제목 〈레볼루션 +1〉의 의미 또한 이 같은 그의 영화 자장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일본 언더그라운드 감독 중에서도 이력이 특이한 거장이다. 196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감독은 초현실주의 영화 〈은하계〉(1967)에서, 정치색이 강한 핑크영화 〈섹스 게임〉(1969), 〈여학생 게릴라〉(1969), 앞서 언급한 일본 사회의 시대정신을 다룬 풍경영화 〈약칭 연속사살마〉, 팔레스타인 참전 <적군-PFLP 세계 전쟁 선언>(1971)을 만들었다.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던 그는 적군파 병사로 팔레스타인 혁명 운동에 직접 참여한 후, 2000년 이후 일본으로 강제 소환된다. 이후 극영화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으로 추정되는 〈테러리스트〉(2007)와 카프카의 단편을 각색해 일본 사회의 문제를 파고든 〈단식광대〉(2015)를 만들었다. 최근작 〈레볼루션 +1〉은 〈테러리스트〉와 유사하게 일인극의 독백 형식을 취하면서 영화를 넘어섰던 현실의 실제 사건을 극영화로 담는다. 실화를 극으로 단순화하면서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단순함 속에 가장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