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법으로 One Way or Another
감독 사라 고메스┃Cuba┃1974┃73min┃시네필전주
〈어떤 방법으로〉는 혁명 쿠바의 영화제작기관 ICAIC 재직자 중 단 두 명의 아프리카계 쿠바인 중 한 명이면서 최초의 여성이었던 사라 고메스의 유일한 장편영화다. 2014년 『레메스클라 Remezcla』에 수록된 사라 고메스에 대한 특집기사는 “혁명이 내뱉는 평등에 대한 그럴듯한 말들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주역 중 대부분은 식민지 시기부터 나라를 지배해온 유럽계 남성 후손들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사라 고메스를 만나보라”는 문장으로 글을 연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에서
영화는 아바나 외곽 거대 슬럼가 이주 프로젝트를 비롯한 혁명 이후 쿠바의 변혁에 대한 에세이 형식의 다큐멘터리와 젠더, 계층, 인종, 문화적 배경이 다른 두 인물의 로맨스를 병치한다. 로맨스의 주인공인 욜란다와 마리오의 이야기를 비롯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대사는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 자신의 이름을 가진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각 인물의 설정은 사라 고메스 감독이 ICAIC에서 제작한 중·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주제와 관련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사적인’ 문제들이 새로운 주거지 건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전 세계와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은 정확히 분리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은 국영공장의 노사협의회에서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는 남성 노동자들을 본다. 자신의 태업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는 한 남자의 말을 다른 한 남자가 격한 어조로 반박한다. 불성실한 노동자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사람은 마리오다. 그리고 낡은 건물을 해체하는 이미지가 삽입되고, 영화는 오래된 가난의 도시 변두리 풍경과 대규모로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주택단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푸티지로 이어진다. 건물이 부서지는 이미지는 이후 마리오가 감정적인 갈등을 겪을 때마다 여러 차례 다시 나온다. 아프리카계 쿠바 남성 노동계급의 문화에서 마초적 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욜란다와 데이트를 시작한 후 마리오의 남성주의적 가치는 도전받게 된다. 욜란다에게 영향을 받으면서도 계속 다툼을 반복하는 것에 지쳐가는 마리오에게 친구 기예르모는 “네가 속해 있는 세상을 떠나”라는 충고를 한다. 또다시 건물이 무거운 쇠에 맞아 해체되는 이미지가 삽입되고, 영화는 비로소 서두에 등장했던 시공간으로 돌아감으로써, 마리오가 어떻게 기존 공동체의 가치관을 배반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16mm 카메라의 미학
한편, 새롭고 진보적인 가치관을 주창하는 욜란다 역시 난관에 부딪힌다. 빈민 대중도 과거의 관습과 결별해야 하지만, 욜란다 역시 자신과 익숙한 세계와 결별하여 슬럼가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마리오에게는 익숙지 않은 고급 식당에서 욜란다의 친구 커플을 만난 날, 친구는 계급과 인종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욜란다는 친구에게서 떨어져 마리오와 발을 맞춘다. 카메라는 급격히 친구에게 줌인 후 마치 영원히 뒤처진 사람으로 박제하는 듯 프리즈 프레임으로 멈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컷을 나누지 않고, 카메라는 한 숏 안에서 역동적인 줌인, 줌아웃과 패닝을 반복한다. 16mm 카메라로 촬영하였기에 가능했을 이러한 스타일은 경제적일 뿐 아니라 긴급한 감정들과 혼란스러운 혁명 이후를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