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이 쇼지는 고등학교 시절, 강도 살인 사건의 용의자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쿠라이는 당연히 무죄로 풀려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 재판부는 무기 징역을 선고했고 사쿠라이는 결국 29년을 복역했다. 재일교포 출신 김성웅 감독이 연출한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은 출소 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사쿠라이의 행보를 쫓으며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극 중 사쿠라이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과 다르게 굉장히 밝은 모습인데 그런 성정이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게 만들어 변화를 이끌어냈다. 김성웅 감독에게 영화와 사쿠라이 쇼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후카와 사건은 사쿠라이 쇼지가 고향 마을의 이발소에서 연루된 살인 사건을 말한다. 사쿠라이 쇼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1963년 5월에 벌어진 사이타마 여고생 살인사건, 일명 ‘사야마 사건’을 배경으로 한 〈SAYAMA: 보이지 않는 수갑을 벗을 때까지〉(2014)를 촬영할 때 만났다. 사건 당시 자백 강요와 증거 조작으로 범인으로 조작되어 32년간 수감 생활을 한 이시카와 카즈오의 사연을 다룬 작품인데, 엔자이(冤罪, 유죄 판결되었으나 무고한 죄)의 희생자로 복역 중이었던 옥우(獄友, 감옥 친구)들의 대화를 촬영할 때 사쿠라이가 있었다. 그 후 〈하카마타 이와오 – 꿈속의 세상〉, 〈옥우〉를 더해 ‘엔자이 3부작’을 만들게 되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쿠라이의 사연에 관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엔자이 3부작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동안 엔자이를 주제로 한 영화는 잠시 접어두려 했다. 그러나 2019년에 사쿠라이가 말기 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즉시 촬영을 재개했다. 그 후 2021년에 일본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국가배상 판결에 승소한 것을 계기로 영화화를 결심했다.

 

사쿠라이는 다큐멘터리 출연 제안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쿠라이는 작업 제안을 받고 “내가 나오는 영화 따위를 누가 보겠나? 안 팔릴 것 같은데”라고 웃으며 말했던 게 기억난다.

 

사쿠라이는 자신이 중심에 서는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의 작업 방식에 관해 특별히 요구한 게 있었나?

자신은 아무것도 숨길 게 없으니 뜻대로 찍어도 좋다고 했다. 맡기기로 한 이상 감독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뜻이었다.

 

영화는 사쿠라이 쇼지가 30년 가까이 수감됐던 치바 형무소를 오랜만에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쉽게 발을 떼기 힘들었을 텐데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형무소를 방문한다. 이와 같은 구조를 취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한때는 강제로 수감되었던 치바 형무소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형무소를 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권력에 맞서는 인물이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려 했다.

 

살인 누명을 썼던 고향 마을의 이발소를 다시 찾아간 것에 대해 사쿠라이는 거부감이 없었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사쿠라이 쇼지가 고향을 찾았을 때 알아본 사람이 있었나? 있었다면, 아무래도 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인물인 까닭에 사쿠라이의 방문에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이 있었나?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가석방 이후에도 사쿠라이는 고향에서 살았다. 그리고 후원자들과 현지 조사를 한다거나 후원을 부탁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고향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출소 당시에는 그에게 다가가는 걸 망설이는 가까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점차 응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건 당시 묘사는 자료 화면에 의지하지만, 출소 이후부터 카메라가 사쿠라이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보아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은 꽤 오랜 시간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시작해 얼마의 기간이 걸렸나?

2011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촬영이 이어졌다. 그 전의 작업까지 더하면 엔자이 삼부작과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까지, 직간접적으로 사쿠라이와는 모두 네 작품을 함께한 셈이다.

 

사쿠라이는 자신의 누명을 벗는 것에만 노력한 게 아니라 다른 이의 문제에 대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그런 노력이 일본의 판결 체계에 변화를 이끈 것이 있나?

그전에는 엔자이 피해자들 간의 연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역할로 엔자이 피해자들이 연대하게 되었고 후원자까지 가세했다. 엔자이가 개인의 사건에 머물지 않고 ‘모두 함께 싸운다’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공헌한 셈이다. 그러한 경향은 변호사나 판사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아주 최근에 하카마타 사건의 재심이 결정됐고, 문제가 되는 재심법(再審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사쿠라이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과 연대하는 움직임을 통해 일본 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그 때문에 일본 사법 체계와 관련한 단체, 인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나?

현재 항의를 받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나와 사쿠라이가 자주 사용하는 조어(造語) ‘옥우’가 다른 재심 관련 판결문에서 쓰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시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는 사쿠라이 쇼지의 작업물이 영화에 꽤 많이 인용된다. 이를 작품에 반영하며 세운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쿠라이는 자신의 괴로움에 관해 스스로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시나 노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이 드러나게 하여 엔자이의 고통과 29년의 옥중 생활이 그려지도록 했다.

 

내레이션으로고무로 히토시가 참여했다. 극 중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까닭에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이 다루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접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일본의 유명한 포크 가수다.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회적 문제와 그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옥우〉의 주제가를 작업하기도 했다. 음악은 물론 대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한 내레이션으로 이번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를 통해 엔자이에 관한 일본의 현 상황을 알아주면 좋겠다. 이와 함께 어떠한 괴로움이나 고통 앞에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쿠라이의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더욱더 기쁠 것 같다.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데뷔작 〈꽃할머니〉(2004)는 재일교포가 많이 사는 가와사키의 교포 1세 할머니들이 빼앗긴 청춘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다시 가와사키의 할머니들을 촬영했다. 현재 완성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재일교포에 대한 혐오 발언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할머니들이 왜 일본에 살게 되었는지 역사를 근거로 풀어가며 지금도 풍족한 노년을 살아가는 그들을 조망하는 작품이다.

김성웅 KIM Sungwoong

1963년 오사카의 쓰루하시 출생. 〈꽃할머니〉(2004), 〈사야마 : 보이지 않는 수갑이 풀릴 때까지〉(2013), 〈하카마다 이와오 : 꿈속의 세상에서〉(2016), 〈옥우〉(2018) 등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