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이Water Deer
감독 유소영YU Soyoung | Korea | 2026 | 88 min | Fiction | 한국경쟁Korean Competition
주인공 김공순 씨는 청각 장애인 부모의 자녀(코다)이자 도배 기술자, 이혼 가정의 어머니, 중년 여성이다. 그렇게 간략히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감독은 “묻지도 않았지만 궁금하지도 않았던”(내레이션) 어머니 김공순 씨의 일터를 중심으로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수년간의 촬영을 거치면서,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몰랐던 어머니를 새로이 마주한다. 몇 마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지난 세월과 강한 활력이 스크린을 뚫고 전해진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것이 직업인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지만, 비전공, 무경력인 20대가 시도하기에는 막막한 꿈이었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연출을 하게 되었다. 2022년 단편 다큐멘터리 〈꽝〉을 시작으로 이번에 〈공순이〉를 완성했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대신 오래 듣는 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기보다는 듣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중년 여성의 삶을 다루고 싶다고 했다. 첫 장편에서 엄마를 담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눈에 밟히는 인물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이 작업은 이해가 아니라 거리와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다. 엄마의 ‘공순이’라는 이름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마주하려 했다.
가족을 찍는 일은 흔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기록자로서의 객관성을 잃는 순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컸다. 다만 이전 작업 〈꽝〉을 통해 촬영하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기쁨을 알게 되었기에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
촬영을 이어 가면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엄마의 삶을 타자처럼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어떤 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끝까지 보게 되는 과정에 가까웠다.
엄마의 여러 정체성 중 특히 ‘코다’로서의 엄마를 조명하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엄마의 ‘코다’라는 정체성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이었다. 청각 장애인 부모 아래서 형성된 언어와 소통의 방식은 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쳐 왔고, 그것은 이름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노동의 형태와도 이어져 있었다.
그동안 엄마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 켜켜이 쌓여 온 시간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전에는 애써 외면하며 보지 않으려 했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다’라는 조건은 배경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말미 엄마의 셀프캠 촬영분이 무척 매력적인데, 이를 포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또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엄마의 셀프캠에 담긴 것은 기록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다. 카메라를 쥔 사람이 더 많은 선택을 한다고 느껴 왔기 때문에, 그 위치가 바뀌는 지점이 중요했다. 처음에 엄마가 촬영한 영상을 보았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올라왔다. 영화에서는 짧은 컷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이어진 기록들이었다. 그 시간을 따라가며 보게 되는 장면들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초기에는 엄마의 말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작업을 이어 가면서 오히려 엄마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들이 이 영화가 찾고 있던 장면에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고난을 거쳤음에도 엄마가 자기 생을 강하게 긍정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모습이 울림을 준다. 그러한 면모를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 다큐멘터리스트로서 새로 발견한 엄마의 면모 중 가장 의외였던 점은 무엇인가.
엄마가 타인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을 할수록 엄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채 많은 것들을 지나쳐 왔던 것 같다.
현장에서의 엄마는 달랐다. 일을 대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상황을 판단하는 감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특히 노동 현장에서 드러나는 판단력과 움직임은, 그간 알고 있던 모습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결국 내가 발견한 것은 엄마의 새로운 모습이라기보다, 엄마를 새로이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동안 무엇이 가장 어렵고 고민되었나?
다큐멘터리 촬영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찍을 수는 있지만 무엇을 좋은 장면으로 볼 것인지는 끝까지 확신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나를 최대한 배제하고 관찰자의 위치에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편이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방식으로는 이 영화가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내레이션을 통해 나를 드러내기로 했고, 그 선택 이후 영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전에 지나쳤던 장면들을 다시 마주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딸’과 ‘감독’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끝까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영어 제목을 외할아버지의 데프 보이스(농인의 목소리)가 연상시킨 ‘Water Dear(고라니)’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어 제목 ‘고라니’는 한국어 제목 ‘공순이’와 조금 다른 결에서 출발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청각 장애인이었고 말을 대신해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셨다. 어린 시절에는 그 소리가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을에서는 외할아버지의 부모가 고라니를 먹어서 자식이 그런 소리를 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돌았고,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있었다. 이후 실제로 고라니를 촬영하러 갔을 때 그 울음소리를 듣고 놀랐다. 어릴 적 들었던 외할아버지의 소리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이름 ‘공순이’ 또한 타인의 판단 속에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듯, 어떤 소리나 인상이 사람을 규정하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고라니’라는 영어 제목은 하나의 동물을 가리키기보다 내가 기억하는 소리와 감각, 그리고 엄마의 삶과 이어진 경험을 함께 담고 있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앞으로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싶은가?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업을 하면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가까운 관계에서 출발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더 넓은 맥락들이 드러난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대신 설명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