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아이KINO EYE
감독 김경계KIM Gyeonggye, 이정원LEE Jungwon | Korea | 2025 | 70 min | Fiction | 한국경쟁Korean Competition
영화과 수업이 한창인 대학 강의실. 수업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에 담긴 노동자들이 바로 그 출연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로부터 펼쳐지는 현재에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들었던 과거에도 남자 앞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놓여 있(었)다. 영화는 카메라의 시점으로 선택의 순간순간을 따라가며 묻는다. 카메라를 든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키노아이〉의 공동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경계다. 공동 연출을 맡은 이정원 감독과는 영화과 동문으로, 종합 영상 제작사 라르고프레임즈를 10년간 함께 운영하며 다양한 영상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예전부터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해 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웃음)
어떻게 구상하게 된 이야기인가?
대학생 시절, 워크숍으로 준비하던 다큐멘터리 작품과 나 사이에 괴리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로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 가기 어려웠다. 〈키노아이〉는 그때의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어떤 대상을 카메라로 담아낸다는, 영상의 본질에서 느꼈던 공포와 아이러니를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플롯을 구상했다. 하지만 영화를 바로 만들지 못하고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다.(웃음) 영화 작업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제약과 조건이 따르다 보니 쉽지 않았다. 계속 다음을 기약하며 미루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아이디어가 다시 떠올랐다. 더 늦기 전에 만들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키노아이’라는 제목을 붙인 배경과 이 작품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눈’에 관해 들어 보고 싶다.
‘키노아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일종의 반항심에서다.(웃음) 타이틀 텍스트도 일부러 뒤집어 놓았다. 베르토프의 ‘키노아이’ 시대와 지금은 전혀 다른 시대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카메라를 드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로 무언가를 담아낸다는 행위에 대한 의구심과 질문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플롯을 구상할 때도 이런 지점을 집요하게 건드리고자 했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서스펜스가 이어진다. 이러한 형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이야기가 관객에게 카메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행위에 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도록 인물에게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아가 그 선택의 순간을 관객에게도 넘겨주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선택해야 하는 설정들이 만들어졌다. 이를 표현하는 데 원 테이크 촬영 기법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인물이 다큐멘터리 작업에 관한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다.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한지, 특히 카메라가 타인의 삶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윤리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에 나온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생각들은 결국 나의 여러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조차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옳다고 믿고 싶은 방향은 존재한다. 〈키노아이〉를 1부와 2부로 나눈다면 전자는 질문에 해당한다. 1부 엔딩에서 수업이 끝난 뒤 남자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2부는 그에 대한 대답이다. 2부 엔딩에는 어떤 한순간에 느낀 존경심 같은 것을 담아내고자 했다.
평론가로도 잘 알려진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왕빙 감독의 작업을 따라가는 작품인데, 그 안에서 왕빙 감독이 〈세 자매〉에 출연했던 어머니를 인터뷰하던 중 어머니가 자식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왕빙 감독은 카메라를 내리고 쓸쓸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인다. 무엇을 담지 않아야 할지,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를 아는 태도, 그리고 그 모습을 더 이상 좇지 않는 정성일 감독의 카메라까지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으로 강렬하게 남아 있다.
〈키노아이〉 주인공의 선택이 왕빙 감독의 선택과 같을 수는 없고, 우리의 카메라가 정성일 감독의 카메라일 수도 없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의 순간을 관객들과 함께 마주할 때, 카메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행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감독님은 쇼트 폼 드라마와 광고 분야에서도 대활약 중이시다. 다양한 활동으로 쌓은 경험이 이번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쇼트 폼 드라마나 광고 분야 제작 과정이 윤리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최전선이라 생각한다.(웃음) 이정원 감독과 함께 생계를 위해 10년 동안 영상업을 해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많이 만난 것 같다. (지금도 만나고 있다.) 마치 도를 닦는 기분인데, 그러한 경험이 이번 작품에서 남자가 겪는 부조리와 허무한 상황과 관련해 나름 현실 고증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키노아이〉는 두 감독님의 이력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 작품인가?
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작업을 꿈꿔 왔지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더욱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영화의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키노아이〉이기에 우리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점에서 큰 응원을 받은 기분이라, 앞으로의 시작이 더 기대된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싶은가?
〈키노아이〉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물이 겪게 되는 윤리적인 아이러니와 영화의 엔딩이 주는 아름다움에 줄곧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IT 버블 시절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이렇게 두 편의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다. 앞으로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