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1971~1976) Diaries (1971-1976)
감독 에드 핀커스 | USA | 1982 | 201min | 시네필전주
올해부터 시작되는 ‘게스트 시네필’(Guest Cinephile) 섹션은 시네필전주의 미니섹션으로, 매년 영화 복원 및 보존 분야의 저명한 인물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첫 번째 게스트 시네필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대학 기반 영화 컬렉션인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헤이든 게스트 원장이다. 그와 서면으로 나눈 대화를 간추려 소개한다. 원문은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영문)에서 볼 수 있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를 소개해달라. 영화 보존 사업 외 어떤 일을 하고, 다른 아카이브 기관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하버드 도서관에 소속된 부서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의 대학 기반 영화 아카이브다. 특히 다른 영화 아카이브들과 달리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컬렉션은 연구, 조사, 교육적 가치를 평가하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별한 영화들로만 구성돼 있다. 몇 가지 컬렉션을 예로 들자면 아방가르드영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예술영화, 고전 할리우드영화, 일본영화, 소련 무성영화, 80~90년대 인디영화, 다큐멘터리 전반 등이 있다. 현재 하버드필름아카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는 4만여 편에 이르며, 대부분 35mm 또는 16mm 필름영화다. 디지털영화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필름’ 아카이브로서 기능하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하는 복원작들이 증명하듯 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견실한 복원 프로그램을 갖췄다.
영화 아카이빙과 영화 복원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보존가로서 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조지 이스트먼 박물관의 사진 보존 프로그램에 학생으로 참여하며 19세기 사진 관리법을 배우던 중 영화 아카이빙을 최초로 접했다. 그러던 차에 박물관 디렉터이던 파올로 체르키 유세이가 자신이 처음으로 여는 영화 아카이빙 세미나를 소개해줬다. 그때 이 세계에 눈을 뜨게 됐고, 나아가 멕시코국립시네테카에서 인턴십을 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복원 부문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6년 전 하버드 대학으로 오면서부터다. 첫 복원 작품은 캐롤라인 리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모래 혹은 피터와 늑대(1969)였다. 최초의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흑백영화다.
고전영화를 보존하고 지속하여 상영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영화의 역사, 나아가 역사 전반에 대한 이해는 ‘보는 것’을 통해 형성된다. 단언컨대, 사람들이 볼 수 없다면 영화를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객에게 과거의 영화를 재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복원된 영화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에는 우리의 시야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놀라운 힘과 잠재력이 있다. 전주에서든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든 모든 관객이 영화의 역사를 뛰어넘어 최대한 광범위한 전 세계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그것도 이상적 방식으로, 즉 극장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훌륭한 영사를 통해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와 전 세계 영화제와의 협력 관계는 어떤가?
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아방가르드 양식의 영화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세계 여러 중소 규모 영화제, 특히 비엔나국제영화제, 쿠르티잔영화제, 푼토데비스타영화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픈시티다큐멘터리영화제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이들 영화제에 정기적으로 필름을 대여하고, 프로그램 큐레이션에 협력하기도 한다. 올해 처음으로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프로그램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돼 무척 기쁘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큐레이션 비전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번 미니섹션에서 총 4편의 영화를 프로그래밍했다. 그중 〈다이어리(1971~1976)〉(1982)는 다큐멘터리로 몇몇 책에 언급되긴 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다이어리(1971~1976)〉는 오늘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에드 핀커스 감독의 선구적 1인칭 영화다. 감독은 수년간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가르친 뒤 카메라를 자신과 자신의 삶으로 돌려 영화 제작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대담한 도전을 한다. 이 영화는 일상에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관여할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고 어떤 위험이 닥칠 수 있는지 밝힌다. 카메라를 거울로 삼아 관객 앞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셜미디어 시대에 〈다이어리(1971~1976)〉는 우리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촬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또 다른 영화인 〈웨스트 인디스〉(1979)도 있다. 아프리카영화는 풍족한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지역에 소개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웨스트 인디스〉는 모리타니 출신의 개척적 감독 메드 혼도의 걸작이다. 감독은 예리한 정치적 통찰과 비전을 바탕으로 노예 무역과 식민 제국주의의 반역사, 그리고 그 어두운 유산을 폭로한다. 아프리카영화는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아주 오랜 기간 최소한으로만 배급됐는데, 이는 상당 부분 핵심 영화제, 프로그래머, 큐레이터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주요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아프리카영화가 포함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인정을 받을 만한 아프리카영화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프리카영화의 배급과 홍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갓프레이 레지오 감독의 〈코야니스카시〉(1983)와 스탠 브래키지 감독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1981)을 묶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35mm 필름으로 상영되는데, 두 영화를 선택한 이유와 필름 상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정적인 영화의 전통 안에서 작업하지만, 언어의 속박에서 벗어나 표현 매체 속 움직이는 이미지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탐구하는 두 감독의 영화를 짝지어보고 싶었다. 이 영화는 35mm 필름으로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필름 영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작품들이 지닌 이미지의 광화학적 특성, 질감, 감성은 디지털이 근접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따라갈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될 것이다.
〈코야니스카시〉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후 한국영상자료원에 상영본을 기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기증의 형태는 아카이브 기관끼리의 보편적인 문화인가?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도 궁금하다.
그간 나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한국의 영화제들과 한국영상자료원을 다녀온 일을 소중한 추억으로 갖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세계 최고의 영화 아카이브 기관 중 하나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와 하버드 대학을 대표하여, 아방가르드 영화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코야니스카시〉의 35mm 필름을 기증하며, 이는 한국의 영화와 영화문화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작은 선물이다. 〈코야니스카시〉가 한국영상자료원의 아름다운 극장에서 앞으로 계속 상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감독 스탠 브래키지 | USA | 1981 | 2min | 시네필전주

갓프레이 레지오 | USA | 1983 | 86min | 시네필전주

웨스트 인디스 West Indies: The Fugitive Slaves of Liberty
감독 메드 혼도 | France, Mauritania, Algeria | 1979 | 116min | 시네필전주
헤이든 게스트 Haden GUEST
하버드필름아카이브 원장. 하버드 대학교 시각환경학부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