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나 겐이치의 영화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초반부터 사라지고, 세련된 구도와 연출 대신 의도적으로 투박한 로파이lo-fi 이미지가 전개된다. 누군가는 싸구려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조잡함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관객은 뜻밖의 진실과 충돌한다. 매끈하게 포장된 주류 영화가 건드리지 못하는 그림자,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다. 우가나는 말한다. “영화는 거대한 거짓말이다.” 그는 거짓말로 진실을 찌른다.
배우로 활동하던 우가나 겐이치는 2016년 〈검은 폭동❤〉으로 장편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자본과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고 직접 만들고 부수는 DIY(Do It Yourself) 미학을 추구했다. 〈침묵이여, 안녕〉(2018), 〈마법 소년☆와일드 버진〉(2019), 〈굴러가는 구슬〉(2020) 등 우가나는 폭주 기관차처럼 돌진하며 작품을 찍어 냈다. 연간 두세 편의 장편을 연출하는 다작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가나 겐이치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펑크punk다. 음악적 장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장면이라도 누군가의 뇌리에 박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그의 태도를 말한다. 우가나의 영화는 우아하고 세련된 세계에 대고 지르는 비명이다.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등 세계적인 장르 영화제가 우가나를 환대하는 이유는 결핍이 동력으로 전환되는 도발적 창의성 때문이다. 저예산이라는 제약은 그에게 족쇄가 아니라 무기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다수의 소비자가 원하는 미감으로 모든 것이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세상에서 우가나의 영화는 그 무엇도 최적화하지 않는다. 그냥, 찌른다.
우가나의 세계는 〈이물: 완전판〉(2021)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갖췄다. 일상에 갑자기 나타난 문어 모양의 기괴한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불쾌함을 에로티시즘으로 승화하는 독보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우가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관객을 뒤흔드는 것을 넘어, 이질적인 존재를 대하는 인간의 욕망과 혐오가 뒤엉키는 양상을 도발적으로 그려 냈다.
〈이물: 완전판〉에서 발화한 감각은 〈악마가 내장 안에서 희생물로 나를〉(2023)1로 이어진다. B급 호러의 클리셰를 비틀고, 뒤집고, 마침내 해체하면서 장르 자체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다. 공포이면서 공포를 구성하는 문법을 의식적으로 폭로하여 관객을 낯선 위치에 서게 한다. 빠져들면서 동시에 속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럼에도 열광한다. 우가나는 장르를 소비하지 않는다. 장르를 해부하면서 장르를 즐긴다.
〈불완전한 의자〉(2025)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소설 「인간 의자」가 품은 모티프—인간의 신체와 사물의 경계 파괴—를 가져와 〈아메리칸 사이코〉 스타일의 냉소주의와 결합한다. 연쇄 살인마 쿠조가 인간 신체로 의자를 제작하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고통에 머물지 않는다. 촬영 감독 히라노 신고의 차가운 블루 톤 영상은 기괴한 서사에 기묘한 우아함을 덧씌우고,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는 잔혹함과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폭력을 풍자한다. 쿠조의 ‘인간 의자’를 혐오하면서도 이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의 이중성.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SNS의 위악과 예술의 허위의식을 거칠게 찌르는 우가나의 전략이다.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계에서, 잔혹함을 예술로 포장하는 것은 누구인가. 쿠조인가, 우가나인가, 아니면 지켜보는 우리인가.
대만 제작진과 손을 잡고 1990년대 J호러의 문법을 재해석한 〈저주〉(2025)에서도 우가나 겐이치는 SNS 중독과 가식을 ‘저주’한다. 지금 민감한 소재를 대만 특유의 습하고 침잠된 공포 분위기에 녹여 내는 〈저주〉의 비주얼은 우가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주류에 가깝고 세련되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뒤틀리고 폭주하는 구성은 어김없이 우가나의 것이다. ‘대만’이라는 외부적 요소가 더해졌음에도 감독의 보편적인 세계관은 흔들리지 않으며, 그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증명한다.
〈브루클린의 Z급 감독을 좋아하게 됐어〉(2025)는 우가나의 Z무비에 대한 애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기괴한 이미지로 가득한 우가나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가 튀어 보이는 것은, 평소라면 공포나 혐오로 뒤범벅되었을 자리에 순수한 온기를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남녀가 Z무비를 만들면서 사랑하는 이 작품은 독립 영화 제작의 고통과 희열을 담은 절절한 메타 영화로도 읽힌다. 트로마 스튜디오의 로이드 코프먼Lloyd Kaufman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은, 우가나가 지향하는 ‘Z급 정신’이 결코 조악함의 미학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예술적 독립성임을 선언하는 순간이다.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만드는 것. 열악한 환경을 조롱하며 조악함의 심연으로 뛰어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화 소년 우가나의 진정한 애정이다.
〈세계의 끝으로부터〉(2025)는 호러의 외피를 둘렀지만 ‘서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담은 지극히 사적인 휴먼 드라마다. 우가나가 “부조리하고 못생겼지만 서툰 사랑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듯, 상실의 감각과 생존에 대한 갈망을 기괴함이라는 형식으로 그려 낸다. 우가나는 직접 말하면 뻔해 보이는 감정을 낯선 우회로를 통해 전달한다. 문어와 인간의 결합이 친밀감의 공포를 이야기하고, 인체 부위로 만든 의자가 소비 사회의 윤리를 묻듯이, 보디 호러의 흉측한 껍질에 가장 부드러운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담는다.
우가나 겐이치의 필모그래피에는 수작과 태작이 뒤섞여 있다. 서사가 부실하고, 유치한 설정에 한심한 특수 효과도 있다. 연간 두세 편이라는 속도는 필연적으로 밀도의 불균질을 낳는다. 하지만 어떤 태작을 내놓더라도 우가나에게는 ‘돌파의 의지’가 있다. 조잡한 특수 효과와 황당한 전개 속에서도 관객이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면, 우가나의 ‘거짓말’은 성공한 것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세련됨은 훈련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어떤 충동은 가르칠 수 없다. 우가나는 영화라는 매체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추구하는 펑크 아티스트다.
우가나 겐이치의 영화는 명품이 아니고,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도파민 콘텐츠도 아니다.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는 불량스러운 자극이다. 그리고 흉터를 남긴다. 잊히지 않는 장면, 해소되지 않는 불쾌함, 뜻밖에 마주친 감동. 그 흉터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증거다. 거짓말로 진실을 찌른다. 그것이 우가나 겐이치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고, 앞으로도 그의 영화를 은근히 기다리는 이유다.

감독 우가나 겐이치UGANA Kenichi | Japan, Taiwan | 2025 | 95 min | Fiction | 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Mini Focus: The Possibilities of Horror—Ugana Kenichi

감독 우가나 겐이치UGANA Kenichi | Japan | 2025 | 62 min | Fiction | 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Mini Focus: The Possibilities of Horror—Ugana Kenichi

감독 우가나 겐이치UGANA Kenichi | Japan | 2025 | 85 min | Fiction | 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Mini Focus: The Possibilities of Horror—Ugana Kenichi

브루클린의 Z급 감독을 좋아하게 됐어I Fell in Love with a Z-Grade Director in Brooklyn
감독 우가나 겐이치UGANA Kenichi | Japan | 2025 | 85 min | Fiction | 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Mini Focus: The Possibilities of Horror—Ugana Kenichi
- 영제는 ‘Visitors’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