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 The Life and Death of Monty Jubei
Korea┃2021┃30min┃코리안시네마 단편
완수의 아내는 몬티 쥬베이라는 폴리네시아 남자와 함께 일본으로 가서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에 남아 있는 완수는 믿음, 소망, 사랑을 가지고 아내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내는 왠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아내를 향한 믿음과 의심 사이의 기로에 놓인 ‘노완수’의 얼굴은 순수함과 유머러스함과 평범함과 반짝임이 매초 공존하는, 봉태규여서 가능한 연기의 총합이다. 황당하고 뻔뻔하고 재치 있게 진행되는 독특한 블랙코미디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은 우리가 아는 그 ‘봉태규’를 보여주는 데서 한 단계 더 들어간 ‘업그레이드 활용편’이다. 봉태규와 서면으로 긴밀히 나눈 영화, 연기 이야기를 전한다.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오랜만의 초청이다. 전주에 대한 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 백일에서 여섯 살까지 전주에 있는 할머니 댁에 맡겨져서 자랐다. 아버지 쪽 친척들도 아직 전주에 살고 있는 분들이 많고 나에게는 굉장히 친근한 도시다. 본적도 전주로 돼 있다.
비교적 호흡이 짧은 단편 작품에 출연했다.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는데, 어떤 계기로 출연했나?
민규동 감독의 추천으로 CJ문화재단에서 개최하는 단편영화 제작지원 공모전인 ‘스토리업 단편영화 제작지원’ 심사를 했는데, 이 작품은 심사할 때부터 흥미롭게 바라보던 작품이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정민 감독이 제기하는 영화의 방향성과 참신함에 감탄했다. 심사가 모두 끝난 뒤에 정중하게 캐스팅이 진행되었는지 여쭤보고 혹시 괜찮다면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공모전 당선작답게 참신함이 엿보인다. 시나리오 구성, 형식의 재미와 자주 볼 수 없는 블랙코미디 장르가 가진 매력도 잘 담아냈다. 배우로서 이 작품에서 발견한 재미와 매력은 어떤 것이었나?
어쩌면 지금의 흐름에서 굉장히 결이 다른 영화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점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캐릭터의 입체감을 다른 캐릭터들의 입체감을 빌려서 표현한다는 방식이 재밌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블랙코미디 장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노완수를 연기한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유머러스한 봉태규의 표정과 동작, 톤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지만, 막상 그 ‘아는 봉태규’를 꾹꾹 누르고 감정을 절제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노완수의 ‘비애’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이런 표현이 어떻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그리고 싶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섬뜩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어설퍼 보이는 복합적인 인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감정을 다 터트려 보여주기보다 절제해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드러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클로즈업 컷의 감정 처리, 표정은 노완수의 비애를 드러낼 가장 중요한 이 영화의 스펙터클이었다. 배우 스스로도 자신의 페이스를 온전히 활용한 신이었는데, 어떤 어려움과 성취감이 있었나?
음…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웃음)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성취감은 글쎄… 아직 관객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니 그걸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장편영화나 드라마 등 호흡이 긴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품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
영화는 이제 나에게 어떤 꿈이 되어버렸다. 지나간 것에 대한 토로일 수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부푼 기대감일 수도 있다. 아직 이렇게 꿈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신인 감독, 작은 규모의 작품 등 영화의 외형과 별개로 배우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OTT 오리지널, 독립영화 등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시기인데, 배우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최근 드는 생각은?
너무 뻔한 말이지만, 좋은 작품과 캐릭터라면 규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이 반갑지만 역시나 아직까지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 크게 체감이 되는 건 없다. 그저 묵묵히 주어진 무언가가 있다면 즐겁게 임할 뿐.
휴먼드라마, 코믹 장르들이 주춤한 시기라 그 분야에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봉태규 배우가 보여줄 연기를 기대하게 된다. 공백을 메워주길 바라는 마음!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은 무엇이 되었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정도이다. 좋은 사람들과 드라마가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예능이 되었든… 오래 같이하고 싶다. 거기에 성실하게 내 힘을 조금 보태고 싶다.
봉태규
영화 〈미나문방구〉(2013),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 〈It’s Alright〉(2022), SBS 드라마 「리턴」(2018), 「닥터 탐정」(2019), 「펜트하우스」(2020~2021) 외 다수의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