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자녀 정책이 엄격히 시행되던 시절, 부모는 뱃속의 여자아이를 낙태하려 했지만 결국 낳아 유기하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왕충 감독의 여동생 진에게 벌어진 비극이다. 〈내 동생에 관한 모든 것〉은 깨어진 가족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감독의 열망이 담긴 사적 다큐멘터리이자 나와 내 가족의 몸에 새겨진 기억을 통해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써 내려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밀한 가족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2014년에 언니 리한테서 연락이 왔다. 임신했는데, 여아라면 임신 중절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충격이었다. 여동생 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떤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20년 전에 어머니한테 닥쳤던 일이 언니한테도 닥치는 거지? 스무 해가 지난 지금, 변한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가족인 세 여성(어머니와 언니, 여동생)과 분명 함께 살아왔지만, 이들의 삶, 이들이 내린 결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들을 더 잘 알고 싶었고, 상처를 치유할 방법도 찾아내고 싶었다.

 

영화 중반부 당신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잊히지 않는—아마도 낙태된 여아들이 개울에 버려진—광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이 지금 당신의 개인사나 작품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게 머물러 있는 기억이다. 어릴 때는 그 죽은 아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는 두 눈과 머리카락을 똑똑히 봤다. 그러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들의 첫 아이가 남아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비로소 내가 본 것이 아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을 낙태하려 하고 유기한 과거사는 어쩌면 밝히고 싶지 않은 가족의 치부일 텐데, 가족이 이 영화 만들기와 인터뷰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이 작품을 찍을 때 나는 대학 졸업반 학생이었다. 그냥 이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가족과 그다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단순히 졸업 작품이라고 말했고, 그들은 나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진의 트라우마를 대하는 가족 구성원의 온도가 각자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어머니가 가장 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어머니와 진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어머니는 진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진이 자신들을 멀리하는 데 분노했다. 진이 다시 어머니의 딸로서 우리와 한 가족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은 매번 거리를 두려고 했고, 어머니는 그 태도를 참지 못했다. 그러면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없으니까. 또 다른 면도 있다. 우리 부모 세대는 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난, 굶주림, 정치적 갈등을 경험하며 수많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살아 남으려면 정말이지 강해져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3년간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가족을 대할 때 어떠한 위치에 있기 위해 노력했나?

가족을 인터뷰할 때 내가 알고 싶은 모든 걸 알아내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이렇게 보면 나는 주관적이었던 거다. 동시에 진실에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인터뷰 과정에서 판단을 버리려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보면 객관적인 위치이기도 했다.

 

편집실에서 촬영 영상을 볼 때 어떠한 느낌을 받았나?

너무 오래전이라 어떻게 편집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을 보며 많이 울었던 것은 기억난다. 촬영할 때는 그저 울컥할 뿐이었는데, 막상 혼자 인터뷰 장면을 보고 있으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영화 찍기의 과정과 완성된 영화를 본 이후 가족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가족은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진과 부모님을 화해시키려고 끊임없이 애썼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았고, 그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그들의 관계는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 같았다. 그러다 놀랍게도 배급이 진행될 무렵에는 서로 잘 지내기 시작했다. 가족에게 4분가량 되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여주면서, 사실은 진과 부모님이 화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하게 된 영화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후 그들 사이가 엄청나게 바뀌어갔다. 이 영화를 만든 지난 7년간 가족 모두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왕충

1992년 중국 장시 출생.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한 후 다큐멘터리 〈내 동생에 관한 모든 것〉으로 장편 데뷔했다. 이 영화로 필라델피아영화제에서 핀켄슨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