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의 삶은 고단하다. 과체중이란 이유로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 사라(라우라 갈란). 사람들 앞에서 심한 수모를 당한 날, 사라는 길 위에서 위기에 처한 자신의 가해자들을 마주친다. 영화 〈피기〉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로, 딜레마에 처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따라가는 영화다. 2018년 공개된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영화 〈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에 대해 늘 써보고 싶었다. 괴롭힘에 대해 항상 걱정하곤 했는데 내가 엄마가 된 후 더 심해졌다. 그러다 영화의 배경이 된 수영장에서 한 어린 소녀를 봤고, 발언 공포(Glossophobia)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텅 빈 수영장에 나와 그 애만 있었는데, 아이는 왜 그 시간에 거기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하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가장 중요한 건 사라와 사라가 겪는 갈등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라의 내적 동기에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노력했다.

 

단편에서 주인공은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장편에선 폭력적인 시선과 언어가 가족과 지역 사회로 확장된다.

“작은 마을은 큰 지옥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어떻게 폭력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하기로 한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날의 세계에선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다.

 

죽은 동물과 산 동물,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이미지가 교차한다. 죽은 동물들이 널린 정육점이 배경이고, 실종된 소가 숲에서 홀연히 나타나기도 한다. 산 사람이 죽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들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나?

스페인에서 ‘죽음’은 일상생활의 일부다. 작은 마을에 서는 더욱 그렇다. ‘폭력’도 일상생활의 일부다. 사라는 폭력을 평생 겪어온 인물로, 폭력을 보고 경험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1.33:1의 화면비를 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 포맷은 인물을 화면 중심에 둠으로써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상기시킨다. 요즘 10대들은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포맷의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

 

주연 배우 라우라 갈란은 10대 여자 청소년이 느끼는 자기혐오, 분노, 불안, 두려움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을 촘촘히 표현해낸다.

배우를 찾는 데 2년이 걸렸다. 배우가 다니는 연기 학교도 가보고, 고등학교, 연극 공연 등을 다 찾아다녔다. 라우라는 역할보다 나이가 약간 많았는데, ‘사라’라는 캐릭터와 우리가 어떻게 찍으려는지를 너무도 완벽하게 이해했다. 단편에 이어 장편의 주연을 맡기는 것도 너무 당연했다. 라우라가 이 역할을 맡을 거란 걸 인지하고 나서부턴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이 훨씬 자유로웠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단편은 유튜브에서 공개돼 4월 초 기준, 9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하나를 고르기가 매우 힘들다. 일반적으로 강렬한 반응들은 모두 긍정적인 편이다. 관객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영화가 논쟁을 일으켰다는 점이 좋다.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 지금은 어떤 작업 중인가?

현실을 다른 관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런 작업은 우리가 가진 기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 또 피해자들에게 힘을 주는 것도 좋아한다. 지금은 다음 장편영화 〈아네를 위한 선물 A Gift for Ane〉과 〈금발들 The Blondes〉을 기획하고 있는데, 〈금발들〉은 내 첫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카를로타 페레다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 영화와 TV 시리즈 감독이다. 마드리드영화학교를 졸업한 후 「기자들 Periodistas」(1998), 「붉은 독수리 Aguila roja」(2009), 「아카시아스 38 Acacias 38」(2015) 등의 TV 시리즈에서 작가, 감독으로서 경력을 쌓았다. 장편영화 〈피기〉의 원작이기도 한 두 번째 단편 연출작 〈피기 Piggy〉(2018)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