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A Poet
감독 시몬 메사 소토Simón MESA SOTO | Colombia, Germany, Sweden | 2025 | 124 min | Fiction | 월드 시네마World Cinema
시인은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말했다. 인간이 진심으로 견뎌 낼 수 있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지만 시인은 진심으로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고, 자신과 친구들은 그러한 확신을 가진 채 성장했다고. 그러나 그것은 파멸과 광기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볼라뇨는 덧붙인다. 그 말은 반만 맞다. 분명 많은 시인들이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모든 시인이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스카 레스트레포는 시인이다. 호세 아순시온 실바를 숭배하는 그는, 1992년 시집 『한물간 것들Los Desusos』로 전국 시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하며 콜롬비아 시단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늙고 병든 어머니와 한 침대를 쓰는 쉰일곱 살의 돌싱남이 되었다.
파산 직전의 오스카는 친구를 찾아간다. 1년 전에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는 그에게 친구는 신분증과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이체방크의 은행장에게 메일을 받았는데, 미국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짐바브웨 정부의 승인 아래 오스카가 투자한 채권이 곧 상환될 예정이며 거액이 입금될 거라고. 익숙한 사기의 향기. 친구는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농장에서 시만 쓰고 사는 미래를 약속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스카에게는 은행 계좌가 없다.
누나는 그를 위해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일자리를 구해 준다. 하지만 자신의 일은 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거라며 오스카는 거부한다. “나는 시인이야.” 그의 말을 자르며 누나가 말한다. “너는 실업자야.”
오스카가 견딜 수 없는 건 가난이 아니다. 시인이 아닌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그는 낭독회를 찾은 청중들에게 말한다. 나는 몽상가입니다, 말을 통해 키메라를 찾는 사람입니다, 열다섯 살에 이미 시인이라고 생각했고, 허영심 많고 불행한 시인이 되는 것 말고 다른 꿈은 없었습니다,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 아닙니다, 시의 원재료입니다. 그러나 고통이 삶의 비유가 아닌 삶의 조건이 된 지금, 오스카는 시를 쓰지 못한다.
결국 오스카는 누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율라디를 만난다. 좁은 집에서 열댓 명의 가족과 부대끼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인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예술적 야심도 없지만 빛나는 시의 재능을 가진 소녀. 오스카는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율라디를 위해서, 시를 위해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빛바랜 꿈을 위해서.
오스카의 노력은 이번에도 무위로 돌아간다. 그는 율라디를 문학계에 알리기 위해 ‘시 학교’와 접촉하지만, 그들이 율라디에게서 본 것은 ‘시’가 아니라 가난과 십 대 임신과 좌절된 미래가 덧씌워진 ‘팔릴 만한 서사’다. 구원이 아닌 구경거리로서의 시.
그러므로 이어지는 것은 시가 아닌 추문이다. 시인의 선의와 무능이 결합해 ‘사고’가 발생하고, 그 위로 당연한 오해가 덧씌워지며 순식간에 ‘사건’으로 번진다. 신문 문화면보다 사회면의 기사로 더 익숙한 그 서사는, 그러나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세부들로 엉뚱하게 빛난다. 그 속에서 오스카는 내내 무능하다. 세계의 비참과 시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사람들이 가장 세속적인 방식으로 일을 무마하려 할 때, 오직 그만이 끝내 시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시인으로 남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좋은 시를 쓰는 일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시인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마지막, 딸의 말은 그래서 정확하다. “아빠는 좋은 시인이야. 하지만 그건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그냥 좋은 사람이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