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바나 더 밴드Nirvanna the Band the Show the Movie
감독 맷 존슨Matt JOHNSON | Canada | 2025 | 101 min | Fiction | 월드 시네마World Cinema
〈블랙베리〉로 미국에서도 명성을 얻은 캐나다의 영화감독 겸 배우 맷 존슨은 신작 〈너바나 더 밴드〉에서 소꿉친구인 음악가 제이 매캐럴Jay McCarrol과 거의 20년 전에 제작한 동명의 웹 시리즈(와 이를 따와 거의 10년 전에 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로 돌아갔다. 두 친구가 본인을 본떠 연기하는 캐릭터인 맷과 제이는 어린 시절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얼간이들로, 토론토의 제일가는 공연장에 어떻게든 오르기 위해 황당한 계획들을 실행하고 항상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CN 타워에서 스카이 돔으로 스카이다이빙하는 이번의 시도가 언제나처럼 먹히지 않은 날, 콤비는 맷이 얼떨결에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머나먼 과거인 2008년에 떨어진다.
이런 첫인상에서는 언뜻 〈엑설런트 어드벤처〉라든가 작품이 직접적으로 패러디하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할 테다. 그러나 〈너바나 더 밴드〉는 고예산의 할리우드 프로덕션을 따라 하기보다 게릴라처럼 토론토 시내를 종횡무진 누비는 맷과 제이의 기행을 200일 넘게 포착한 뒤 이를 모든 사건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일어나는 듯 재편집한 모큐멘터리 기법을 택했다. 이런 제작법은 존슨이 촬영 감독인 재러드 라브Jared Raab와 편집자 커트 로브Curt Lobb 등의 동료들과 함께 웹 시리즈 때부터 그의 구작들에서 꾸준히 연마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시트콤 캐릭터들이 방구석이 아니라 옛날 동영상이나 현실상 거리로 튀어나와 엉뚱한 짓을 벌인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제작진은 오래된 저화질 푸티지부터 행인들의 즉흥적인 반응까지 현실의 조각들을 각기 다른 컷이나 VFX를 사용해 절묘하게 엮어 내고, 촬영 금지 장소에 몰래 잠입하거나 저작권법을 의도적으로 오남용하면서 일종의 곡예 마술처럼 허구를 만들어 냈다. 작중 등장하는 캐나다의 단종된 컬트 음료수가 홍보 문구로 말하듯, 병 속에 번개를 잡아 가두는 일에 맨손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걸 대체 어떻게 해냈지?!’ 싶은 묘기만이 〈너바나 더 밴드〉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작법은 존슨의 전작을 관통하는 주제인 허구 만들기에 대한 강박(일진들에게 진짜로 복수하는 영화 찍기, 달 착륙 영상을 지구에서 조작하기, 스마트폰 업계에서 시장 가치 올리기)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들에서 존슨이 늘 본명으로 과장되게 연기했던 “자뻑 지존, 절대 순수, 똘끼 충만” 캐릭터들은, 미국 대중문화에 너무나 매혹된 나머지 그와 닮은 완벽한 허구를 손수 만들려 집착하다가 우정을 망가뜨리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아예 맷을 통해 캐릭터와 본인, 양쪽 모두의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의 내용은 상술한 형식 및 주제와도 적절히 맞아떨어진다. 언제나 변함없이 이번의 계획을 떠들어 대는 맷의 곁에서 성장 없이 흘러간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제이는 영화의 핵심적인 전개와 감정적인 축을 담당한다. 근데 말이야, 우리가 10년, 20년이나 지나서도 이러고 있으면 좀 흉한 거 아니야? 너랑 내가 이렇게 붙어 다니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대체 어떻게 됐을까? 존슨과 친구들은 맷과 제이를 오랜만에 모험 속에 풀어 넣고, 재치 있는 코미디를 통해 주어진 과제들을 하나둘 풀어 나가면서 둘의 오랜 우정을 희극적이고 진실하게 점검한다.
열렬한 토론토 시민인 존슨이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기존 규칙을 가장 안전하고 친절하게 깨부수려는 〈너바나 더 밴드〉의 이런 태도는 무엇보다도 ‘캐나다적인 것’에서 출발했을 테다. 가용한 재료들만으로 할리우드 같은 영화를 만들거나, 현실의 한복판에서도 허구를 얼기설기 제작하거나, 관찰자가 되어 과거의 자신들을 마주하거나, 거기에는 “중심부와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하는 그런 정신적 능력”1이 필요하니까. 〈너바나 더 밴드〉는 이 불가능한 작전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주변’에서 기어이 찾아낸 바보들의 유쾌한 결탁2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