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인The Arch
감독 탕슈쉬엔TANG Shushuen | Hong Kong | 1968 | 97 min | Fiction | 홍콩귀환: 시네마 + 아방가르드Back to Hong Kong: Cinema + Avant-garde
1968년 홍콩의 여성 감독 탕슈쉬엔이 만든 〈동부인〉은 개봉 당시 저항적인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동부인〉은 중국의 유명한 민담을 각색한 작품으로, 17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민담이 보편성과 보장된 재미를 담보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인 것은 차치하고, 1968년에 와서 민담을 각색한 영화가 어떻게 저항적일 수 있었을까? 이는 민담의 또 다른 특징인 사회와의 갈등 상황을 포함하는 성질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동부인〉이 다루고 있는 억눌린 여성의 욕망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관련 발화가 금기시되어 온 주제일 것이다. 민담의 배경이 되는 17세기에는 그로 인한 갈등 상황이 사람들의 내외면적으로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이 이러한 민담의 생성을 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회적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므로, 1968년에 이르러서도 고착되어 있던 이러한 갈등 상황에 〈동부인〉이 각성제를 끼얹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 1968년에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저항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단지 서사 내에서 금기를 다루는 것뿐이었을까?
〈동부인〉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남편과 사별한 후에도 정절을 지키며 살아온 동부인은 황제로부터 열녀문을 하사받기로 되어 있을 만큼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동부인은 시어머니와 딸과 가족을 이뤄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등장한 양 대장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동부인의 딸 웨이링 역시 양 대장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인데, 내적 갈등을 빚던 동부인은 결국 평판과 명예를 택하고 양 대장과 웨이링을 결혼시킨다. 이 과정에서 동부인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어느 날 밤 동부인의 감정적 폭발은 낫으로 검은 닭을 죽이는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른 동부인은 열녀문을 하사받고 존경받는 인물로 남게 된다.
서사적으로 보았을 때 보수적인 결말을 포함하는 이 영화가 어째서 저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가? 억눌린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어 표현했기 때문에? 후대의 관객인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부인〉은 형식으로 저항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동부인의 무너지는 내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나타내는 장면들은 당시로서는 다소 급진적이었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럽의 1920–1930년대 아방가르드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실험적이고 표현적인 편집 기법이 혼재하는 와중에 우리는 디테일한 스토리상의 설명 없이도 동부인의 내면을 시청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동부인〉의 저항성은 금기를 드러내는 서사에 불균질한 형식을 부여했기 때문에 성립된다. 저항하는 형식이 저항하는 메시지를 만든 것이다. 금기를 가로지르는 동부인의 욕망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그 욕망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다시금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로 문을 닫아 버린 이상 이 서사가 저항적인 영향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동부인〉이 후대에도 저항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라면, 그것은 탕슈쉬엔이 금기를 언급하는 서사에 관습적 바운더리를 과감히 부수는 영화 형식을 부여한, 용기 있는 시도를 행한 덕분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과거의 것을 취해 동시대의 것으로 의미화하는 영화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