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랑이 SEA TIGER 감독 정윤철 CHUNG Yoonchul | Korea | 2025 | 105min | Fiction | 코리안시네마 Korean Cinema


정윤철 감독의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현장에 있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간 잠수사들은 사고 이후 여전히 배 안에 남아 있던 291명의 구조 활동을 돕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 영화는 참사로부터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잠수사들의 기억과 상흔을 돌아보는 극영화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 2016)를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 2년 뒤에 스스로 생을 마친 故 김관홍 잠수사와 국가가 제기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공우영 잠수사의 실화를 각색한 결과물이다. 수습 현장에서 잠수사들이 느꼈던 충격과 현장을 떠난 뒤에도 해소되지 않는 후유증에 사로잡힌 모습을 그린다.

정윤철 감독은 원래 100억 원대 예산의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제작하려고 했던 기획을 틀어 극단적인 저예산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과거와 현재, 일상적인 공간과 세월호 사고 현장, 그리고 법정 공간을 오가는 이 영화의 구성은 세트장처럼 지어진 단출한 공연 연습실 무대에 한정되어 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한 공간에서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으로 5일 동안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런 빈곤한 조건이 영화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할지라도 만들어져야만 하는 어떤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사의 주요한 실천 가운데는 아주 짧은 촬영 기간에 어떻게든 완성해야 한다는 시급함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영화는 연극 무대의 특징을 빌려 오게 된다. 〈바다호랑이〉는 서로 다른 공간의 물리적인 경계를 지우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은 무대 위에서 뒤엉키는 구성을 취한다. 잠수사들의 일상과 그들이 진입한 바다속 선박은 같은 무대 위에 존재한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마임으로 연기한다. 선박에서 시신을 수색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나경수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눈빛에 담고 손으로 옮긴다. 마임은 눈앞의 대상이 부재하다는 것을 망각하는 행위다. 세월호를 소재로 극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이 없다는 것을 망각하는 태도로부터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두운 빛과 좁은 앵글로 촬영된 수색 장면에서 영화는 촬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곤경을 만난다.

인물들의 행적을 둘러싼 작위적인 내러티브와 진부한 감정의 드라마는 영화의 큼지막한 흠결로 남는다. 주인공들과 유가족을 연결하는 투박한 극적 매개도 거슬리는 장치로 다가온다. 다만 또 다른 관점으로 세월호 참사를 돌아본다는 계기로서의 의의는 존재한다. 민간 잠수사들은 희생자들과 직접 연결된 유가족이나 같은 장소에서 참사의 현장을 경험한 생존자들과는 다르게 세월호의 기억과 내밀하게 접속되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참사를 목격했고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자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연루자가 되었다. 그날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모니터로 참사 소식을 보고 듣던 우리도 같은 조건에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그들은 저곳으로 향했고 우리는 이곳에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저곳의 기억을 안고 이곳으로 되돌아올 때, 우리가 머무는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고 객관적인 장소가 아니다. 세월호를 다루는 영화 앞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불가피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