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 센 강가의 아이들 Obscure night – “Ain’t I a child?” 감독 실뱅 조르주 Sylvain GEORGE | France, Switzerland, Portugal | 2024 | 164min | Documentary | 프론트라인 Frontline


유럽의 이민 정책을 다룬 실뱅 조르주의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전작 〈어두운 밤 ‐ 들풀 Obscure Night ‐ Wild Leaves〉(2022), 〈어두운 밤 ‐ 어디에도 없는 Obscure Night ‐ Goodbye Here, Anywhere〉(2023)이 그러한 것처럼 모로코의 스페인령 멜리야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민을 시도하는 젊은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다.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흑백의 명암 대비, 정적인 카메라, 시적인 영상을 통해 이민자의 삶과 난민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로코를 떠난 거리의 청년들이 자본주의 대도시의 심장부로 파고들어 가는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씁쓸하게 묘사된다.

이 영화 속 청년들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들은 어디에 머물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잠정적 답변은 각각 이민을 시도한 청년들의 이동과 그들의 거주 방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대도시 파리의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비추는 몇 개의 숏이 등장한다. 관광객의 자취가 사라진 광장, 건물 모퉁이에서 노숙하는 사람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조각상 등의 이미지가 몽타주 된다. 약 1세기 전 외젠 아제가 찍은 파리의 풍경처럼 유령 도시를 연상케 하는 그 이미지들은 뒤이어 등장하는 한 청년의 이미지와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우두커니 서서 주변의 사물을 정찰하듯이 노려보는 그 청년의 얼굴은 거리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하는 이민자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이후부터 영화는 관찰자적인 시선과 비개입적인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이민자 청년들이 향하는 곳과 그들이 머무는 곳을 비춘다.

영화는 파리가 이방인을 환대하는 동시에 배척하는 도시임을 넌지시 암시한다. 에펠탑을 감싼 화려한 조명, 센 강변의 낭만적인 풍경, 안락한 숙박을 제공하는 값비싼 호텔 등은 파리를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을 환대한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국적이 불분명한 이민자들은 배척당한다. 그들은 버려진 선박, 건물 지하실, 철교 아래, 공원 등에서 몸을 웅크리고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한다. 거리의 청년들은 때로는 홀로 때로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면서 일상을 공유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유럽의 시민성과 그것에 준하는 정상성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도 기성의 질서와 권력은 그들을 포용하지 않는다. 거리의 삶이 지속될수록, 그리하여 안정된 삶을 향한 희망이 꺼져갈수록 그들의 삶은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에 더 쉽게 노출된다.

실뱅 조르주는 근거리에서 포착한 이민자 청년들의 삶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관찰자적인 시선과 함께 카메라가 포착한 이미지에 의미를 덧씌우는 자막, 내레이션, 음악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이 영화의 연출 방식은 파리의 주변부를 배회하는 이민자 청년들의 실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인다. 삶의 중심부에서 소외된 삶의 감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이 세계에 거주할 권리가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바이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누구나 환대의 권리와 거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