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Stranger Eyes 감독 요슈화 YEO Siew Hua | Singapore, Taiwan, France, United States | 2024 | 127min | Fiction | 월드시네마 World Cinema © AKANGA FILM ASIA


젊은 부부와 아이가 공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휴식은 언젠가 녹화된 촬영본이었음이 금세 밝혀진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미 준양과 페이잉의 아이는 놀이터에서 실종된 지 오래. 준양과 그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전단지를 돌려 보지만 이웃의 관심은 한참 전에 사그라들었고, 경찰 또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집 앞에 도착해 있던 한 CD에서 오래전 그들의 일상을 촬영한 화면이 흘러나온다. 아이가 훨씬 어리던 시절에 식구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던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CD는 수시로 추가되어 준양이 몇 시간 전에 했던 행적을 바로 뒤에서 담은 장면이 그들 눈앞에서 재생되기도 한다. 영상의 시선은 고작 몇 미터 뒤였다가 혹은 몇 십 미터 뒤였다가 하면서 이 식구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이들의 깊숙한 부분마저 누군가에게 훤히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1954)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상황 설정은 미하엘 하네케의 〈히든 Hidden〉(2005)을 떠올리게 만드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의 내용은 영화의 영원한 테마이자 동시대의 주요한 화두인 관음의 욕망을 내세운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면 시점(이야기가 발생하는 시간적 배경,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는 관점의 주체)이 전환되면서,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보다는 모두에게 일상이 공개될 여지가 무한한 현재적 삶의 조건에 집중하는 드라마로 표변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 이강생이 있다. 그의 역할을 이 지면에서 속속들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강생의 서글픈 눈매와 무심한 입꼬리, 초연한 인상과 그럼에도 불쑥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표정은 이따금 중심을 모르고 방황하는 영화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가 무엇을 보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헤아려 보는 일은 이 영화에서 주안점을 두고 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예기치 못한 인물들을 특정 지점에 배치하고, 각각을 조합해 관계를 조직해 나가는 과정은 내러티브에 꽤나 긴장을 부여한다. 이는 자연히 CCTV 카메라, 망원경 등의 사물들의 이미지와 라이브 스트리밍,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와 같은 또 다른 스크린이라는 상징과 맞물리면서 주체가 감지하지 못한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에서 ‘본다’는 행위는 감시나 통제의 부정적인 의미로만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선의 불가피함을 부각하면서 이 거리감이 지닌 중의적 의미를 변호한다. 다만 응시와 포착이라는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게다가 상투적으로 제시한다는 점, 아이의 실종이라는 사건과 부모의 역할을 잇는 과정 또한 비약적이라는 점은 끝내 정리되지 못한 듯하다. 나아가 소수자성에 대한 영화의 태도에서 의아한 부분은 이를 가족의 정서적 승인에 기대 해소하면서 흐릿하게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영화로는 최초로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이강생은 18회 아시아필름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