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 구석 자리로 주세요〉
이 구석은 극장의 구석이 아니다. 오히려 극장보다 더 익숙한 풍경의, 평범한 식당의 구석이다. 장편 데뷔작 〈다섯 번째 흉추〉(2023)에서 곰팡이의 이동을 따라가며 침대 매트리스를 아예 사건의 장소로 성립시켰듯 박세영의 관심은 역시 하나의 자리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하나의 자리는 정말 단일한 자리일까?’라는 물음이다.
리뷰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젊은 부부와 아이가 공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휴식은 언젠가 녹화된 촬영본이었음이 금세 밝혀진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미 준양과 페이잉의 아이는 놀이터에서 실종된 지 오래. 준양과 그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전단지를 돌려 보지만 이웃의 관심은 한참 전에 사그라들었고, 경찰 또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리뷰 〈서신교환〉
김현정 감독의 여성 주인공들은 대개 ‘일반’이 요구하는 기준에서 뒤처진 인물들이다. 특히 그들은 스스로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도 시공간의 문제에서 부득이하게 낙오된다. 단편 〈입문반〉(2019)에서 가영은 시나리오 수업을 듣기 위해 매번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온다. 가영은 어엿한 성인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모종의 (시공간적) 규율을 어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보인다.
리뷰 〈럭키, 아파트〉
두 여성이 한집에 산다.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알려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강유가람 감독의 〈럭키, 아파트〉는 레즈비언 커플이 입주한 어느 아파트에서 발생한 고독사와 그로 인한 이웃 사이의 갈등을 주요한 이야기로 삼는다.
리뷰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
고코구 신사는 ‘고양이 신사’라 불릴 만큼, 이 주변 많은 길고양이들의 터전이다. 오랫동안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다큐멘터리 감독 소다 가즈히로는 일본으로 돌아와 이 동네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고양이가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노년층은 백신을 접종하던 시기였다.
리뷰 〈파미르 Pamir〉
총 3장으로 나뉜 〈파미르〉는 2014년 4월 16일이라는 날짜와 세월호라는 선박의 이름을 명확하게 호명하며 시작한다. 관객을 초조하게 만드는 선언이다.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사건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리라는 염려 때문임은 물론,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에서 그 이름을 또렷이 지시하는 시도에서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