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첫 장면, 골목길에서 이어폰을 끼는 중학생 예진의 클로즈업 숏이 보인다. 카메라는 점점 예진에게서 멀어지고 버스트 숏이 되었을 때 예진은 골목길을 나가 등교한다. 카메라는 패닝해 예진을 따라가다가 예진, 곧 프레임을 벗어난다. 패닝 후에 보이는 장면은 이 숏의 시작과 완전히 다른 세계다. 시작은 홀로, 골목길에서, 화면을 메우던 예진의 얼굴이었는데 골목길로 나가자 등교하는 수많은 학생이 보이고 마을의 풍경과 어르신들이 보인다. 혼자였던 예진이 타인과 타인의 세계 속으로 던져지는 감흥을 준다. 세상 속의 개인. 그것은 비밀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다. 타인이 존재하는 세상이 없다면, 혼자라면 비밀은 필요하지 않다. 세상이 있어야 비밀이 존재하는데 비밀의 속성은 우습게도 그 세상과 불화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작용인 셈이다. 세상은 비밀의 존재 조건이고, 동시에 비밀은 세상과 불화하는 개인이 안전히 존재하기 위한 보호구이다. 세상과 비밀이 이토록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에 예진은 갈팡질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