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문학
영화 × 연극
제발트의 책 『캄포 산토』에서는 프리드리히 티베르거가 사진 확대에 쓰는 기묘한 모양의 상자를 팔 아래에 끼고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카프카를 만난 얘기가 나온다. 티베르거가 기록하기를 카프카는 놀라서 “사진도 찍으십니까?” 하고 물었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 참 섬뜩한 짓이군요.” 또 그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다. “게다가 확대까지 하신다구요!”
내가 희곡을 쓰게 된 건 비극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비극에 매료된 이유는 내가 겁쟁이기 때문일 테다. 대부분의 겁쟁이들이 그렇듯 나는 각종 불행으로부터 나를 과잉보호한다. 한반도에 전쟁이 날까 봐, 자동차가 급발진을 할까 봐, 간호사가 주삿바늘을 재활용할까 봐, 장례식장에서 귀신이 붙어 올까 봐 걱정한다. 나는 언제나 경미한 신경 쇠약 상태다. 반면 불행의 주동자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며 벌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