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팔레스타인, 포위된 나날들 Little Palestine, Diary of a Siege
감독 압달라 알카팁┃Lebanon, France, Qatar┃2021┃89min┃프론트라인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 2022년 바로 지금, 시리아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리틀 팔레스타인, 포위된 나날들〉을 보는 기분은 참담하다. 사실상의 부자(父子) 세습으로 무려 50년 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지원자가 바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푸틴의 군사 개입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은 아사드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모여 사는 야르무크 캠프를 포위했다. 하지만 시리아 내 반군과 IS의 위협 속에서 야르무크가 자신의 정권 유지와 연장에 위협이 될 것이란 걱정은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몰린 사람들을 기록하다
야르무크 캠프의 역사는 무척 오래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시리아로 피난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야르무크에 터를 잡았다. 한때 팔레스타인 난민 16만여 명이 모여 살던 야르무크 캠프는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며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IS의 끊임없는 전쟁과 통제가 이어지면서 난민들이 이탈하기 시작해 현재 1만 8천 명 정도가 거주 중이다. 오랜 내전과 IS 소탕전 속에서 캠프의 기반 시설과 주택이 대거 파괴됐고, 이곳을 떠난 이들의 공식적인 귀환 허용 조처도 없다. 캠프 재건에도 관심이 없으니 아사드는 그저 그들을 포위시켜 야르무크의 오랜 역사를 끝내버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로 1989년 야르무크 캠프에서 태어난 압달라 알카팁 감독은 레바논, 프랑스, 카타르가 공동제작한 〈리틀 팔레스타인, 포위된 나날들〉을 통해 시리아 정권의 참혹한 포위전에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원년 멤버’라고나 할까, 1948년 열다섯에 팔레스타인을 떠나 이곳에 왔다는 할머니부터 태어남과 동시에 이곳을 세상의 전부로 알았던 아이들까지, 카메라 앞의 캠프 사람들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악착같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한다. 많은 것이 바뀌고 사라지고 막혀버렸지만, 그들은 야르무크를 ‘유령 마을’로 만들 생각이 없다.
삶, 훼손할 수 없는 역사성
압달라 알카팁 감독은 비슷한 부류의 다큐멘터리가 다다르기 쉬운 ‘절망 속의 희망’이라는 뻔하고도 관습적인 결말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긴 시간 동안 야르무크에서 절망과 희망은 언제나 하나였고, 현재 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살고 있는 그 또한 언제든 야르무크로 돌아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캠프 내 수많은 사람들의 생생한 인터뷰로 가득한 작품에서, 카메라 앞에 각각 따로 선 할머니와 꼬마의 나이 차는 거의 반세기가 넘고, 저마다의 말 못 할 고통이 있겠지만 이들은 그저 ‘태어난 곳에서 익숙한 이웃들과 계속 살고 싶다’는 바람뿐이다. 아사드 정권은 이곳을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요충지’로 바라보겠지만 정작 이들은 캠프를 떠난 아버지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언제쯤이면 형이나 동생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말하자면 이미 야르무크는 세대와 세대를 넘어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그 무엇으로도 훼손할 수 없는 역사성을 얻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는 하나”라며 “평화!”를 외치는 시위대의 바람 또한 “야르무크의 역사는 더 영광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리틀 팔레스타인, 포위된 나날들〉은 숭고한 인간 존엄에 대한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