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는 러시아인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산다. 산세바스티안에서는 연인인 듯한 스페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이 데이트한다. 같은 시각, 일본의 오카야마에서 한 가족이 세상을 떠난 조상을 기리는 축제에 참여한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세 에피소드는 개별로 존재하면서 〈율리시스〉라는 제목하에 하나로 연결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하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형식을 가져온 영화는, 유명 서사시와 고전 소설이라는 거대한 인상과 다르게 저예산의 소박한 규모로 찍었다. 연출자의 야망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미지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감정을 일부러 고조하는 설정 없이 차분하게 진행된다. 개별 에피소드 주인공 가족과 연인의 사연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건드리는 건 우리 또한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라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이아가 전쟁을 마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율리시스〉를 구성하는 세 개의 에피소드에는 고향을 향한, 가족을 향한, 조상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제임스 조이스가 오디세이아의 라틴어 이름 ‘율리시스’를 제목으로 해 모든 챕터를 오디세이아의 신화에 대입할 수 있게 구성한 것처럼 영화 〈율리시스〉의 감독 우와가와 히카루 또한 극 중 에피소드에 맞춰 관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우와가와 히카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율리시스〉를 만들면서도 이 작품을 보는 이들이 각자의 사연과 합을 맞출 수 있도록 연출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