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일의적이거나 절대적인 답변이 불가한, 그러나 한국 영화의 역사를 움직이는 동기인 이 물음에 대답하려 애쓴 감독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안성기를 떠올렸다. 이장호와 배창호가 〈바람 불어 좋은 날〉(1980)과 〈꼬방 동네 사람들〉(1982)로 ‘한국 + 영화’에 민중의 로브로low-brow한 감수성과 몸짓을 도입하며 ‘1980년대’를 열 때도, 박광수와 이명세 그리고 장선우가 〈칠수와 만수〉(1988), 〈개그맨〉(1988), 〈성공시대〉(1988)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1980년대’를 계승하고 심화하여 ‘1990년대’의 문을 두드릴 때도, 그 중심에는 안성기가 있다. 마치 한국 영화란 결국 안성기라는 듯, 혹은 안성기를 통하지 않고는 한국 영화가 거듭날 수 없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