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무 지쳤어. 다 그만두고 싶어.” 마이크 리의 신작 〈내 말 좀 들어줘〉의 주인공 팬지는 모종의 갈등이 실체를 드러내고 이야기의 국면이 전환을 맞이하는 듯한 순간 울적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갈등의 원만한 해소나 문제 상황의 극적인 해결 같은 건 여기 없다. 격렬한 분노와 극도의 불안으로 시종일관 몸을 떠는 이 중년의 여성은 그에게 소란을 안기는 세계에서 벗어나 그저 침묵 속으로 숨어들고 싶어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