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룬드의 〈마지막 야구 경기〉의 원제는 ‘이퓨스(Eephus)’다. 야구에서 지극히 느린 속도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 이퓨스볼(일명 아리랑볼)을 뜻한다. 순식간에 포수 미트에 도착하는 빠른 속도의 패스트볼이나 놀라운 궤적의 변화로 헛스윙을 유발하는 변화구와는 차원이 다른 공이다. 이퓨스볼은 한없이 오래 공중에 떠오른 채로 큰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게 도착한다. 그 공은 마치 시간을 잊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야구 경기〉는 세계가 요구하는 속도에 대항하며 크고 긴 포물선을 그리는 사람들의 영화다.